자연인 부시 “오바마 위해선 기꺼이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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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성공을 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임 대통령을 위해 나는 기꺼이 침묵하겠다. 그가 도와달라고 전화한다면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후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미국의 정치적 전통을 이어간 것이라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右)이 18일(현지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한 퇴임 후 첫 연설에서 오바마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캘거리 AP=연합뉴스]


부시는 이날 캐나다 캘거리의 텔러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오찬모임에서 퇴임 이후 처음으로 연설했다. 그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최근 ‘오바마가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오바마를 최선의 후임자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가 당선됐을 때 미국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나는 정치보다 나라를 더 사랑한다. 오바마를 비판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최근 부시 행정부를 잇따라 비판했다. 오바마는 14일 주저앉는 소(다우너)의 도축과 유통을 전면 금지하면서 “전임 행정부가 식품 오염 문제를 통제하는 데 실패해 공중보건을 위태롭게 했다”고 공격했다. 9일에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생명윤리를 강조해 줄기세포 연구를 제한했던 부시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부시는 연설에서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이 정부 역할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자유시장을 정부로 대체하거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기업가들이 나서야 난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대통령 재임 중 가장 힘들었던 12가지 결정과 관련한 책을 쓸 계획”이라며 “독자들이 대통령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의 연설은 1인당 400달러(약 56만원)를 내고 입장한 1500여 명이 들었다. 참석자들은 연설 도중 두 번 기립박수를 쳤다. 기자들은 출입이 금지됐다. 연설회장 바깥에서는 200여 명의 시위대가 “부시는 전범” “부끄러운 줄 아시오”를 연호하며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부시를 비판했다고 캐나다 일간 내셔널 포스트가 보도했다.

시위대는 막대기 끝에 신발을 매달거나 목에 걸어, 지난해 12월 이라크 기자로부터 신발 투척 공격을 받았던 부시를 비꼬았다. 캐나다 경찰은 초대장 없이 연설회장에 들어가려던 시위대 3명을 체포했다. 검문이 강화되면서 부시의 연설은 예정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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