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폐경학회 학술대회 참관기] 폐경여성 치료 호르몬요법이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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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해는 폐경여성의 여성호르몬요법이 인류에게 선보인지 꼭 1백년이 되는 해. 시행 초기 호르몬이란 인위적 방법을 동원해 자연스레 늙는 것을 거스르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근거없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호르몬 요법은 오늘날 비용효과 면에서 의사들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예방.치료책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한달 2만~3만원의 비용으로 안면홍조.질 (膣) 건조증등 폐경증후군은 물론 치명적인 골다공증과 심장병까지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폐경여성 4명중 1명이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고 있을 정도. 그러나 프랑스.이탈리아등 유럽 지역의 여성호르몬 복용비율은 평균 11%, 우리나라는 3%에 불과하다.

유럽폐경학회는 미국에 비해 크게 낙후된 유럽 지역 폐경여성의 여성호르몬요법을 활성화하기 위해 폐경의학전문가 3만여명이 참가해 결성한 학회. 지난 8~1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제4차 유럽폐경학회 학술대회에선 폐경증후군을 없애주는 식품에 대한 분석내용등이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 식이요법〓콩이나 인삼.벌꿀이 폐경여성에게 좋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 이들 식품을 섭취할 경우 얼굴이 화끈거리며 붉어지거나 구강점막과 질이 마르고 이유없이 우울한 이른바 폐경증후군으로 고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심의 초점은 이들 식품이 여성호르몬요법처럼 폐경증후군뿐 아니라 골다공증과 심장병 예방효과까지 지녔는가 하는 점. 이번 학회에서 콩은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탈리아 페라라의대 보나코시교수팀은 하루 60g이상의 콩섭취가 혈액속의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을 떨어뜨리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증가시켜 심장병 예방효과가 간접적으로 입증된다고 발표했다.

또 매일 60g의 콩을 12주 이상 섭취할 경우 골다공증 진행도 억제한다는 것. 유방암 억제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 EMA의대 포스교수팀은 6개월 이상 콩을 섭취할 경우 유방암의 원인이 되는 유선세포의 이상증식현상이 억제된다고 발표했다.

콩속에 여성호르몬 유사물질인 파이토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벌꿀과 인삼은 효과가 다소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덴마크 오덴샤의대 크리스토퍼슨교수팀과 스웨덴 린쾨핑의대 베르크교수팀의 연구결과 벌꿀과 인삼은 폐경증후군 증상개선의 효과는 있으나 골다공증 치료와 면역력 증가효과는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 비호르몬 골다공증치료제〓여성호르몬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중 하나가 바로 뼈가 푸석푸석해지는 골다공증이다.

꼬부랑 허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사소한 충격에도 골절을 유발, 폐경여성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회에서 신세대 골다공증 치료제 포사맥스가 각광을 받은 이유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포사맥스의 장점은 비 (非) 호르몬계열 치료제이므로 유방암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예방효과만 지닌 여성호르몬과 달리 치료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골다공증이 상당히 진행된 여성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매일 아침 공복시 복용해야하며 복용후 많은 물을 마셔야 하는등 복용방법이 까다로운 것이 단점. 포사맥스는 현재 미국식품의약국 (FDA) 의 승인을 거쳐 미국과 유럽에서 시판중이며 우리나라엔 내년께 선보일 예정이다.

빈 =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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