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포커스] 도심 한복판서 씽씽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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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콘택트 렌즈 수입업체에 다니는 김유영 (30.사진) 대리. 출근하면 납품하랴, 수금하랴 정신없이 돌아 다닐 일이 많다.

한동안은 지하철.시내버스.택시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했지만 언제부턴가 견디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젠 뭔가 탈것을 사야겠다" 고 결심한 건 지난 3월. 김대리는 우연히 퇴계로의 오토바이 상가를 거닐다 어떤 귀여운 것을 만났다.

이른바 '씽씽카' (대개 모델명을 따 블래티노.타미.고패드 등으로 불린다) .처음엔 정말 썰렁해 보였다.

작은 엔진과 안장이 달리긴 했어도, 아이들이 발로 밀고 다니던 장난감과 생김새가 똑같은 저걸 타다니…. 품위가 있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저래봬도 값은 70만원. 돈을 조금 더 보태 중고차를 샀다 치자. 다시 숨막히는 교통체증을 어찌 감당하며 주차난은 또 어떻게 헤쳐나갈까. 반대로 씽씽카 한대면 도로건 인도건 못가는 곳이 없을테고 몹시 붐비는 데서도 늠름하게 헤쳐나갈 것 아닌가.

"최고속력이 시속 40㎞라 길음동 집에서 종로의 회사까지 30분도 안걸려요. 천원어치 기름을 채우면 이틀은 충분히 돌아다닙니다.

명동거리 한복판에서도 큰 불편 없이 활보할 수 있지요. " 여기다가 주차문제? 뚝딱, 30초만에 접어 들고 회사로 들고 들어오면 된다.

기름이 떨어지거나 갑자기 타기 싫어질 때도 손에 들고 버스에 오르면 그만이다.

무게가 고작 10㎏ 안팎이니까. 요즘들어 씽씽카가 부쩍 늘어났다.

"최근엔 매달 1백대 가량씩 나가는데 전부 이탈리아.미국.대만 등지에서 수입하는 것이라 물건이 달리는 형편" 이라는 게 퇴계로 효성참피온상사 강정일 (47) 사장의 얘기다.

사람들 생각은 다들 비슷한 모양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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