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폭로배경에 꼬리무는 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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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의 DJ비자금 폭로배경에 대한 갖가지 설 (說) 이 꼬리를 물고 있다.

여당이 비장한 폭로카드를 꺼낸 시점과 의도에 다양한 분석들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엄삼탁 (嚴三鐸) 전안기부기조실장의 국민회의 영입 가시화에 대한 선제 공세설부터 거론된다.

嚴전실장이 DJ (김대중총재 지칭)에게 접근하면서 92년 대선자금에 관한 상당한 '정보' 가 건네졌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야당이 이를 대대적으로 폭로하며 공세를 펼 계획임을 미리 파악했다는게 여권 고위관계자의 얘기다.

만일 이런 사태가 벌어진 후 뒤따라 'DJ비자금' 카드를 꺼낼 경우 약효가 현저히 떨어지게 돼 정기국회 초반의 시점이 선택됐다는 얘기다.

더욱이 DJ비자금과 92년 대선자금간의 여야 공방이 벌어지고 양김 (兩金) 을 동시에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기면 결국 여권의 아킬레스건인 대선자금 문제도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속내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의 창당발기인대회날인 8일을 폭로 시점으로 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李전지사의 신당바람을 잠재우며 들썩들썩하던 당내 비주류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는 것이다.

8일이후 당의 핵심관계자들은 "李전지사도 돈문제 만큼은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며 슬슬 '경고등' 을 비추기 시작했다.

특히 DJ비자금을 둘러싸고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간의 '전투' 양상으로 갈 경우 李전지사는 자연스레 화제에서 사라져 양자구도로 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전언이다.

또한 DJ지지율이 35%, 표로 따져 8백60만표를 오르내리는 현 시점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여권의 당선권 예상수준인 40%이상 (1천만표) 의 대세론으로 직결될 수 있다.

당장 DJP연합의 성사도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숨가쁜 순간이었다.

사태추이를 지켜보는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청와대의 관련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의 하나 그렇다면 비주류는 모든 이탈행보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또 "검찰내 K1 (경기고 출신) 인맥의 거사" "안기부 DJ전담팀의 작품" "청와대사정팀 역할론" 등 갖가지 추측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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