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낯선 투수가 무서워 … 강호들 줄줄이 탈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이변, 또 이변=11일(한국시간)에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도미니카공화국이 예선 탈락하는 최대 이변이 벌어졌다. 엔트리 28명 중 메이저리거가 22명이나 되는 도미니카공화국은 이날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1라운드 D조 패자 결승에서 네덜란드에 1-2로 져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1회 대회 4강에 올랐던 도미니카공화국은 1차전 2-3 패배에 이어 네덜란드에 두 차례나 덜미를 잡혔다.

메이저리거가 10명 포함된 캐나다도 C조 1차전에서 미국에 5-6으로 아깝게 진 뒤 10일 이탈리아에도 2-6으로 패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예선 탈락했다. 이에 앞서 A조에선 최약체로 예상된 중국이 대만을 4-1로 꺾고 패자 결승에 진출했다.

B조에선 아마 최강 쿠바가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11일 승자 결승에서 호주에 3-4로 끌려가다 8회 2득점으로 간신히 5-4 역전승했다.


◆이변 속출, 왜?=WBC는 서로 상대를 잘 아는 프로리그가 아니라 낯선 선수들과 대결을 펼쳐야 하는 국제대회다. 가공할 위력을 뽐내던 도미니카공화국 타선도 11일 생소한 네덜란드 투수 6명의 계투 작전에 말려 단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김인식 한국대표팀 감독은 이날 미국 애리조나에서 이 경기를 TV로 지켜본 뒤 “원래 야구가 투수 놀음이다. 까다로운 투수 한 명에게 걸리면 헤매다가 어이없이 당한다”고 평가했다. 일본 타자들이 치밀하게 분석한 한국의 김광현에게는 8점을 뽑아내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봉중근에게는 무득점에 그친 것도 좋은 사례다.

더욱이 WBC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실력 못지 않게 팀 분위기와 정신력이 중요하다. 김성한 대표팀 수석코치는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은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질 때도 웃고 떠들며 팀워크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순철 대표팀 코치는 “대만이 중국에 진 것은 엄청난 부담감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단기전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호주와 네덜란드에도 각각 6명과 2명의 메이저리거가 포함돼 있어 어느 팀이든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 첫 상대는=A조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한 한국은 B조 2위와 16일 낮 12시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1차전을 치른다. B조에선 쿠바가 2연승으로 2라운드에 합류했고, 12일 호주-멕시코 전 승자가 나머지 한 장의 티켓을 얻는다. 1차전에선 호주가 멕시코에 17-7 대승을 거두었다. 호주-멕시코 전 승자는 13일 쿠바와 조 1∼2위 결정전을 치러 2라운드 첫 경기에서 한국과 일본 중 어느 팀을 만나느냐를 결정한다.

애리조나(미국)=한용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