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침마당' '그사람이…'코너 혈육상봉에 시청자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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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매주 수요일 오전8시30분 KBS1 - TV '아침마당' 을 보려는 시청자들은 손수건을 준비해야만 한다.

수십년간 헤어져 있던 가족들이 극적으로 상봉하는 코너 '그 사람이 보고싶다 (연출 조연동.작가 김선숙)' 가 방송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코너는 지난해 1월 주부 발언대의 출연자가 TV를 보고 연락해 온 친구를 30년만에 만나게 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처음엔 주부들의 친구.첫사랑등을 찾아주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TV는 사랑을 싣고' 같은 코너였던 것이다.

가족상봉은 지난해 5월 가정의 달 기획으로 시도하게 됐다.

처음엔 미아.가출자 외에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오히려 "혈육을 만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느냐" 는 시청자들의 애정어린 요구에 못이겨 지난 3월부터 찾는 대상을 가족으로 한정하게 됐다.

제작진들이 "이 코너는 비극적인 한국여성사를 보여준다" 고 표현할 정도로 출연자들의 인생역정은 비슷하다.

가난했던 60년대 후반~70년대 초반, 딸부잣집에서 태어나 남의 집살이를 가느라 가족들과 헤어졌으며 못배우고 고생한 여성이라는 것. 그러다보니 나이.생일.본명등 무엇 하나 정확한 것이 없다.

따라서 이들은 방송출연이 아닌 이상 혈육을 찾을 길이 없기에 이들의 혈육상봉은 더욱 눈물겹다.

이 프로의 또다른 특징은 출연자도, 제보자도, 상봉자도 모두 시청자인 시청자가 만드는 프로라는 것이다.

남의 일도 내 일처럼 여기는 우리 민족 정서도 어찌 보면 식상하기 쉬운 똑같은 포맷의 이 코너를 지금까지 끌고 온 원동력이다.

생방송으로 상봉장면을 생생히 전달해주면서 감동을 배가시키지만 이에 따른 위험도 있다.

감격에 겨운 출연자가 실신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비해 KBS 의무실은 수요일 오전이면 비상이다.

가족을 찾는 과정은 사연접수 - 방송 출연 - 가족과의 통화 (확인절차) 를 거쳐 1주일 후 스튜디오에서의 상봉으로 이뤄지는데 지금까지 3백여명의 출연자 중 90% 이상이 혈육을 찾아 이 프로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최근 '그 사람이…' 팀에는 경사가 겹쳤다.

하나는 추석특집방송의 출연자 18명 가운데 15명이 바로 혈육을 찾는 성과를 거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위원회의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들은 이같은 성과에 뿌듯해하기보다 아직도 5천명이나 되는 대기자, 인적사항을 보다 정확하게 아는 '상봉지수' 높은 사람을 출연시킬 수 밖에 없는 현실에 가슴아파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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