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 5000원짜리 발레 티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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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영화표 값보다 싼 5000원짜리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14일 딱 하루 서울열린극장 창동 무대에 오르는 서울발레시어터의 ‘화이트 발레 콘서트’는 전석이 5000원이다. 20일부터 열흘 남짓 서울 대치동 한국 문화의집 코우스에서 공연되는 ‘유랑광대전’ 역시 티켓 가격이 5000원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데…, 그건 아니다. 수준은 몇 만원씩 하는 공연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5000원만 받고도 이익이 남는 걸까. 물론 손해는 본다. 다만 ‘의미 있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기에 5000원 결정을 내린 것이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주최(서울문화재단) 측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고 ‘화이트 발레 콘서트’를 제작했다. 평상시 제작비 3000만∼5000만원이 드는 것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서울문화재단 역시 돈을 버는 건 아니다. 879석 객석이 꽉 차도 100만원 이상 손해를 본다. 그럼에도 양측은 “문화 소외 지역 주민에게 수준높은 발레를 싼 가격에 보여준다”는 취지로 5000원짜리 공연을 결정했다.

코우스의 ‘유랑광대전’은 5000원이라도 돈을 받는 게 진일보한 처지다. 이곳은 지금껏 전통공연을 하면서 무료를 고집해 작품 질을 떨어뜨리고 객석도 텅텅 비게 만든 잘못을 답습해 왔다. 이를 극복하려 새로 취임한 한국문화재보호재단 김홍렬 이사장이 “돈을 받더라도 기획 공연을 통해 전통문화의 붐을 일으키자”며 5000원짜리 공연을 만들었다. 5000원을 받아도 6000만원쯤 나는 손해는 피할 수 없지만 “코우스 기획 공연이 괜찮다”란 입소문이 돌아 ‘유랑광대전’은 아직 열흘이나 남았는데 10회 공연이 전회 매진 기록을 세웠다. 코우스 관계자는 “앞으론 티켓 값을 1만원, 2만원으로 조금씩 올려 합리적 가격과 충성도 높은 관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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