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콜드패’수모 ‘완봉승’ 되갚아 … 이보다 더 짜릿할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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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일본과의 1~2위 결정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선발 봉중근(LG·사진)의 5와3분의1이닝 무실점 역투와 4회 4번 타자 김태균(한화)의 결승타로 7일 2-14로 패한 수모를 말끔히 되갚았다. 조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한 한국은 16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일본 및 B조(쿠바·멕시코·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 1, 2위 팀과 2라운드를 치른다.


◆보약이 된 콜드게임패=이틀 전 대패 뒤 충격 속에서도 필승의 의지를 다진 한국 선수들은 한층 강해진 집중력으로 일본의 벽을 넘어섰다. 타자들은 지난해 일본 퍼시픽리그에서 21승을 거두며 MVP를 차지한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라쿠텐)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4회 이종욱(두산)의 볼넷과 정근우(SK)의 중전 안타로 기회를 만든 한국은 1사 1, 2루에서 김태균이 3루수 옆으로 빠지는 좌익선상 안타를 날려 천금 같은 결승점을 뽑았다.

투수들도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으며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믿음의 야구’로 유명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4회 무사 1, 2루 김현수(두산)와 5회 무사 1루 이범호(한화)에게 번트 대신 강공을 지시하며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직후 여느 일본전과는 달리 담담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로 걸어 나왔다. 콜드게임 패배가 선수들을 얼마나 독하게 만들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깜짝 계투 대성공=벤치의 계투 작전과 구원투수들의 역투가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은 선발 봉중근이 6회 물러난 뒤 변칙 투수기용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주축 불펜 요원인 정대현(SK)·임창용(야쿠르트)·오승환(삼성) 대신 7일 일본전에서 1과3분의1이닝 무안타·무실점으로 호투한 정현욱(삼성)을 ‘깜짝 카드’로 꺼내 들었다. 정현욱은 일본 최고 타자 이나바 아쓰노리(니혼햄)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1과3분의2이닝 동안 무실점했다.

8회부터는 6일 대만전에서 선발로 나와 43개의 공을 던진 좌완 류현진을 올렸고, 1사 1루에서 임창용을 등판시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아쉬운 주루 플레이=그러나 한국의 장점인 ‘발야구’는 오히려 승부를 힘겹게 끌어나가는 독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이날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무려 5명의 주자가 누상에서 횡사하며 추가 득점 기회를 날렸다. 4회 김태균의 좌전 안타 때 1루주자 정근우가 3루까지 뛰다 아웃된 것을 시작으로 7회 무사 2, 3루 찬스에서는 이대호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김현수와 2루 주자 김태균이 한꺼번에 주루사했다.

도쿄=신화섭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어린 선수 자신감”

◆김인식 한국 감독=이번 승리로 어린 선수들이 본선에 가서도 잘 해날 거라는 자신감을 얻은 게 소득이다. 투수가 95% 이상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경기였다. 일본 투수들은 조금 단조로운 패턴의 투구를 했다. 주루 플레이 미숙 때문에 점수를 더 내지 못했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다.

“이것이 야구다”

◆하라 일본 감독=한국 투수들의 공이 워낙 좋아 좀처럼 치기 어려웠다. 7일에는 14점을 뽑았지만 오늘 한 점도 못 냈다. 이것이 야구다. 오늘 패배를 단결력을 더욱 고취시키는 계기로 받아들인다. 라커룸도 그런 분위기다. 양팀이 끝까지 살아남아 아시아 야구를 세계에 알리는 대표로서 싸워나갔으면 좋겠다.

※WBC 관련 기사는 일간스포츠(isplus.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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