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 시장,한국만화 진출에 적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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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놀랍게도 일본에는 매주 1백만권 이상이 팔리는 잡지가 13개나 있다.

그중의 10개가 만화잡지다.

대표주자격인 '소년 점프' 는 95년 한해, 매주 6백50만권 이상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5월에 열린 '만화 페스티벌' 에는 50만명이 몰려들어 입장하는데만도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가히 만화왕국답다.

그러나 96년부터 만화시장에도 불황이라는 단어가 오가고 있다.

일설로는 소년점프의 주간 판매량이 6백50만권에서 5백만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1백만권이상의 밀리언 셀러가 속출하던 95년의 상황과는 달리 올해의 경우 만화단행본으로는 '김전일 (金田一) 소년의 사건부' 밖에 없다.

'소년 점프' 의 판매량이 감소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인기만화들의 연재가 차례로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유유백서.드래곤 볼이 95년 막을 내렸고 단행본 1쇄의 인쇄량이 2백50만권을 넘었던 사상 최고의 인기만화 '슬램 덩크' 가 96년 여름 '1부 끝' 이라는 형식으로 연재를 중단한 것은 뼈 아픈 일이었다.

일본 만화업계의 여명기였던 70년대 인기작가는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궁리를 거듭했다.

하지만 수입은 그리 변변치 않았다.

가령 그 시절 최대의 화제작인 '내일의 조' (한국명 : 도전자 허리케인) 의 단행본 판매량은 권당 20만권으로 슬램덩크의 10분의1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만화 하나로 '팔자를 고칠' 수 있을 정도로 사정이 달라져 있다.

그런데도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새 작품에 그리 열정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 지금이 한국만화를 일본에 상륙시키는데는 적기 (適期) 다.

가뜩이나 더러는 일본에 비해 손색이 없는 한국만화 작품들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재학의 '검신검귀' '촉산객' '귀문세가' 는 거의 걸작 수준이다.

일본이 무협만화의 불모지라는 점에서 도전할 만한 작품으로 생각된다.

이현세.허영만.조운학 등도 소재의 특이성으로 역시 시장진출을 타진해 봄직하다.

최상의 방어는 바로 공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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