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 나가신다" 대전 김경환씨의 40년 경운기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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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 40년째 경운기를 타고 다니는 60대 노인이 있다. 대전시 중구 문창동에서 수퍼마켓과 막걸리 도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환(63.사진)씨.

김씨는 날마다 오전 8시가 되면 경운기에 막걸리를 가득싣고 집을 나선다. 거래처인 중구 일대 수퍼.음식점 등 막걸리 소매업소 30여곳에 배달하기 위해서다.

마을 통장인 그는 매달 3~4차례씩 주민들과 함께 마을 청소나 폐지 수거 때도 경운기는 요긴하게 쓰인다. 때론 노인들을 위해 무거운 짐을 실어다 준다. 그의 경운기는 생계수단이자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마을의 '마당쇠'나 다름없다.

金씨는 막걸리 배달을 위해 65년 처음으로 300여만원짜리 경운기를 구입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운기를 5차례 교체했다.

그의 언제 어디서나 경운기 예찬론을 편다. 매주 기름(경유)값이라야 1만원에 불과해 고유가시대에 안성마춤이라는 것.

게다가 언덕길이나 좁은 골목길 구석구석까지 누빌수 있다.

운전면허시험에서 10여차례 실패하고 나서 자동차를 사려던 꿈을 접은 김씨는 "경운기처럼 천천히 우직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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