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앵커 한수진’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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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호’는 뭘 해도 주시받게 마련이다. ‘보도국 기자 출신 여성 앵커 1호’ 한수진(40·사진)씨도 그랬다. 1993년 SBS 주말 8뉴스 시작 당시, 이지적인 외모에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단박에 ‘스타 앵커’ 자리에 올랐다. 94년부터 2002년까지 평일 8시 뉴스를 진행하면서 국내 최장수 여성 앵커 기록을 세웠고, ‘카리스마’‘여장부’ 같은 단어를 끌고 다녔다.

그랬던 그가 SBS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SBS 전망대’(103.5MHz, 월~일 오전 6~8시)의 주말 진행자로 돌아온다. 앵커 출신 기용에 기존 방송 시간을 옮기기까지 했으니 동 시간대 최강자라 불리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를 의식한 맞불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정작 한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그쪽(MBC)이 청취 충성도도 높고, 감히 제가 맞설 상대가 아니다”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주말에까지 뾰족한 시사 논쟁을 벌이는 건 요즘 라이프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며 “화제가 되는 인물을 청취자 눈높이에서 내실 있게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남성적 시사 프로에 여성적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포부로 들렸다.

실제로 한씨는 손석희도 진중권도 아닌 개그우먼 김미화를 ‘인상 깊은 진행자’로 거론했다. “성폭력 사건을 전하면서 ‘가슴이 뛰고 화가 나 참을 수가 없다’고 하는데, 듣는 제게도 그 분노가 전해져 오더라고요. 사적 감정을 드러내는 게 진행자의 금도를 넘은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1남) 엄마가 된 뒤로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뀐 듯해요. 가슴이 뜨거운 진행을 하고 싶어요.”

라디오 진행은 2003년 SBS FM ‘책하고 놀자’ 이후 처음. “TV와 달리 온전히 혼자 두 시간을 버텨내는 게 두렵지만, 그만큼 내 것 같은 느낌”이라며 라디오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한때는 여자 앵커가 ‘뉴스의 꽃’ 역할도 했지만, 요즘은 자기 색깔을 지닌 여자 앵커가 얼마나 많아요. 주어진 프로그램에 맞는 역할을 근성 있게 해내는 것, 그게 선배로서 제가 할 일 같아요.”

‘SBS 전망대’의 평일 진행을 맡은 이승열 보도제작국장과는 93년 주말 앵커로 호흡을 맞췄던 인연이 있다. ‘전망대’ 측은 평일엔 기자들의 심층리포트를, 주말엔 화제 인물의 인터뷰를 전면 배치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8시 뉴스의 시청률 상승세를 2009년엔 라디오에서 이어가겠다는 SBS의 편성 전략이 통할지 두고 볼 대목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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