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우울한 추석맞이…월급·보너스 못주는 기업 속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최근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추석을 앞두고도 월급과 상여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대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부도가 났거나 부도유예협약 대상이 된 기업들은 기업 회생을 위한 자금확보 때문에 임금동결은 기본이고 상여금반납.지급유예등으로 인건비등을 줄이고 있어 어느 때보다 우울한 계절이 되고 있다.

해당 회사의 임직원들은 돈 쓸곳이 많은 신학기와 명절을 맞아 월급봉투가 점점 얇아지고 있지만 회사가 극히 어려운 형편인줄 잘 알고 있어 '뼈를 깎는 자구노력' 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한보철강은 2일 심각한 자금난 때문에 이날부터 일반직원들의 정기 상여금과 성과급 지급을 중지하고 임원들의 연봉도 20%이상 대폭 감축키로 했다.

이와 함께 연월차 휴가사용을 의무화하는 한편 현재 31명인 임원중 건설담당 임원 7명과 포항제철에서 파견된 임원 3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을 사직처리했다.

임원수를 무려 40%나 줄인 것이다.

한보철강 장준영 (張俊英.53) 상무는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지만 자금난으로 재차 부도를 내 파산되는 경우를 피하고 제3자 인수가 이뤄질 때까지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 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한때 월급을 1주일 늦게 준적도 있어 추석을 앞두고 오는 10일로 예정된 생산직 근로자들의 월급을 제때 지급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부도유예협약이 적용중인 기아그룹의 경우 일반직의 경우 6월말 상여금 (1백%) 을 반납한데다 추석보너스 (50%) 지급도 어려울 전망이다.

생산직의 경우 8월분 월급을 그나마 50~70%만 5일 이상 늦게 지급한 상태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회사의 존망이 달려있는 판에 상여금 지급은 사실상 어렵고 추석연휴때도 근무해야할 형편" 이라고 말했다.

진로그룹은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된 4월이후 직원들의 월급은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으나 7월 상여금 (1백%) 은 아직 지급하지 못했으며 추석상여금 지급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쌍용그룹은 대리급이상의 3개월간 상여금 지급을 유예하거나 (정유) , 추석상여금 (1백%) 을 절반만 지급했다 (자동차) . 부실대출이 많은 제일은행은 임원급여 30%, 직원급여 10%를 반납키로 하고 1월부터 소급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매달 20%이상씩 급여가 줄어든 상태다.

부도가 난 한신공영은 올들어 3백%의 상여금, 건영은 50%의 상여금을 아직까지 주지 못하고 있다.

한보철강등 일부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상여금 지급중단 동의서를 받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안산 K정밀의 경우 7, 8월 상여금은 물론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전기.수도도 끊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아그룹협력회사연합측은 최근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주요 협력업체 3백여곳중 2백여곳의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 이라고 밝혔다.

통상산업부가 전국 12빚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안산 K정밀의 경우 7, 8월 상여금은 물론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전기.수도도 끊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아그룹협력회사연합측은 최근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주요 협력업체 3백여곳중 2백여곳의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 이라고 밝혔다.

통상산업부가 전국 12개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 2천7백87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추석때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는 전체의 20.9% (5백81개사) 로 지난해보다 5.7%포인트 늘어났다.

1월말 9백12억원이던 체불임금 총액도 7월말 현재 1천9백43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노동부 자료) . 이처럼 회사들마다 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임직원들은 '재테크' 는 꿈도 꾸지못하고 '생존' 의 차원에 직면했다며 어려운 사정들을 호소하고 있다.

한보철강의 한 임원은 "신학기를 맞아 두 아들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데다 은행들도 신용대출을 기피해 친척들에게 손을 벌렸다" 고 털어놓았다.

기아자동차판매의 P (34) 대리는 "회사가 부도직전까지 가서 부끄러운데다 돈까지 없으니 무슨 낯으로 추석을 쇠러 고향에 가겠느냐" 고 말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최근 퇴직금 우선변제 조항의 헌법불합치 판정이후 불안감이 가중돼 회사가 망하기 전에 퇴직금이라도 건져야겠다며 퇴직하는 사례마저 늘고 있다. 홍병기.신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