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참사]카메라맨 추적 피하다 과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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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이애나 전왕세자비가 파리시내 방돔 광장에 위치한 호화호텔인 리츠호텔을 출발한 시간은 31일 0시30분쯤. 지난 며칠간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해변에서 도디 알 파예드와 요트 유람을 즐긴 다이애나비는 이날 오후 도디와 함께 그의 전용기편으로 파리에 도착했다.

도디의 부친이 소유한 리츠호텔에서 도디와 함께 한 저녁식사는 밤12시를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식사를 마치고 다이애나비는 도디의 메르세데스 벤츠 600S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탔다.

리츠호텔 경호원이 핸들을 잡았고 조수석에는 다이애나비의 개인경호원이, 그리고 뒷좌석에는 다이애나비가 도디와 나란히 앉았다.

승용차가 호텔을 출발하면서부터 대기하고 있던 사진기자 (일명 파파라치) 들이 달려들었다.

찰거머리처럼 따라붙으며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기자들을 피하기 위해 다이애나 일행이 탄 승용차 운전자는 엑셀러레이터를 계속 밟았다.

호텔을 떠난지 약 5~6분후. 알마교 광장 밑을 통과하는 알마교 지하차도에 들어서면서도 메르세데스 벤츠는 과속질주를 계속했다.

알마교 지하차도는 곡선으로 굽어 있어 터널벽과 충돌하지 않으려면 진입과 동시에 속도를 줄여야 한다.

과속상태에서 터널에 진입한 승용차는 터널벽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지하차도 중간에서 급하게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고 이 과정에서 차도를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기둥을 그대로 듣이받고 앞으로 미끄러져 갔다.

이 시간이 0시40분쯤. 도로상에 나 있는 타이어 자국으로 볼 때 시속 1백80㎞의 속도로 질주중이었을 것으로 프랑스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5대의 오토바이가 승용차를 추적중이었고 그중 한대는 충돌로 속도가 줄어든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사고발생 10분쯤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현장에서 사진기자 7명을 체포했고, 이들이 탄 오토바이도 압류했다.

사진기자중 한명은 경찰이 도착할 당시에도 사고를 당한 승용차 위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고차량은 정면과 운전석쪽 측면이 완전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그야말로 휴지조각처럼 변했고 거의 절반 크기로 줄어든 상태. 사고당시 다이애나비는 전신골절과 찰과상으로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응급회생 조치를 취하면서 앰뷸런스에 실려 다이애나비가 파리 13구에 위치한 피티에 살페르리에트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2시40분쯤. 사고가 난지 거의 두시간이 지나서였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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