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외출 '추억만들기'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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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결실의 계절 가을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여름철 내내 밖으로 향했던 우리의 마음을 추스리고 내면을 살찌우는 성찰의 계절. 격조 높은 음악을 듣기에도 안성마춤이다.

여름내내 더위와 습기에 시달렸던 현악기들이 '제 목소리' 를 내는 때가 아닌가.

낙엽이 떨어지는 저녁 서늘하게 부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면서 음악회장으로 발길을 돌려보면 어떨까. 97문예연감에 따르면 96년 한해 동안 10월.11월.12월.5월.6월.4월.9월등의 순으로 음악회가 많이 열렸다.

최근 시즌과 비시즌의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에 있지만 그래도 중량급 연주자들의 빅 콘서트는 가을시즌에 몰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경제적 수준이 높아졌지만 음악회를 즐기는 마음의 여유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음악회에 참석하는 것이 '특별한 연례행사' 로 치부되고 초대권을 받아들고 인사치레로 허겁지겁 공연장을 찾았다가 음악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음악회의 주인공들이라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문득 최만린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본지 19일자 44면 참조) . '미술관은 그림 보러 오는 곳이 아니라 쉬면서 즐기는 곳' 이라고. 음악당도 예외는 아니다.

일찌감치 길을 나서서 공연 전후 주변의 식당에서 저녁을 즐기면서 여유있게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음악의 생활화' 운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공연 중간 휴식시간 (인터미션) 도 현행 10분에서 20분 정도로 늘여야 한다.

커피 한잔이라도 여유있게 마실 수 있는 넉넉한 마음들이 필요한 것이다.

29일 막이 오른 97국제음악제를 비롯, 세계현대음악제, 김덕수 데뷔 40주년 기념공연 (9월11~12일 호암아트홀) , 기돈 크레머 바이올린 독주회 (9월29일 예술의전당) , 첼리스트 줄리안 로이드 웨버 (9월30일 예술의전당) , 보자르 트리오 (10월14일 예술의전당) , 이스라엘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10월25~26일 세종문화회관) ,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 내한공연 (11월2일 세종문화회관) , 첼리스트 요요마와 바비 맥퍼린 (11월5일 세종문화회관) , 세종솔로이스츠 내한공연 (11월8일 예술의전당) , 소프라노 바버라 헨드릭스 독창회 (11월18일 예술의전당) 등 알찬 공연들이 음악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인 음악회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공연정보 얻는 법에서부터 공연장 주변의 식당 가이드, 입장권 싸게 사는 법, 좌석 선택의 노하우등 상세한 음악정보를 함께 소개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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