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멕시코 사례 거울삼아 금융위기 극복나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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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한달동안 외국 금융기관들이 국내은행에 빌려준 돈 가운데 14억달러 가량을 회수해 가고 만기가 다 된 대출금을 연장해주지 않아 국내은행들이 심각한 외화 궁핍증에 걸려 있다" 는 최근의 보도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몇년전에 발생한 멕시코 금융위기의 원인을 살펴보고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멕시코 금융위기의 원인은 멕시코에 투자된 돈이 일시에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돈이 한꺼번에 유출된 배경은 경상수지의 만성적자가 누적돼 페소화 (貨) 의 대미 (對美) 달러환율이 올라감으로써 대외가치가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페소화의 투자가치가 떨어지자 멕시코에 투자한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자산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자금을 일시에 다른 나라로 빼돌린 것이다.

그 결과 멕시코 금융기관은 외화부도 사태에 이르렀고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게다가 지불해야 할 외화의 총액은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마침내 멕시코 정부는 지불 불능상태에 빠지고 말았고 경제는 파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던 것이다.

멕시코 금융위기의 원인은 정치적.사회적 혼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94년은 대통령.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해였고 치아파스 지방에서는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여당 대통령후보가 암살되고 집권당의 하원 정치지도자가 피살됐다.

정부이양 과정에서 저질러진 멕시코 신.구정부 당국자들의 커다란 실책도 한몫했다.

당시 금융위기가 유령처럼 출몰하고 있었으나 구정부의 정책집행능력은 마비됐다.

신.구 어느 정부도 멕시코가 안고 있는 경제적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제통화기금 (IMF) 의 도움으로 부족한 대외준비자산을 보충해 가까스로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지원을 받는 대신 ①멕시코 석유판매수입을 미 연방준비은행에 예치 ②국내 이자율 인상 ③석유세및 전기료 인상 ④부가가치세 인상 ⑤항만.비행장.철도의 사유화 ⑥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⑦석유시추및 채굴에 대한 외국인 참여 등을 약속해야만 했다.

이러한 약속은 멕시코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금융위기 때문에 추가로 늘어난 막대한 대외채무와 원리금 상환압박은 멕시코가 직면한 중대한 난관이다.

멕시코의 금융위기는 경상수지의 만성적 역조를 겪고 있고 막대한 대외채무의 부담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 교훈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첫째, 경상수지의 만성적 역조를 해소해 원화의 대외가치를 안정시켜야 하며 둘째, 대선을 맞이해 정치적.사회적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셋째, 현정부는 금융을 비롯한 경제 전분야에 걸쳐 정책을 합리적으로 실시해 국가위기에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신현종 <영남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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