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과외 첫 전파…기대반 우려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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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朴모 (43.여.서울강남구청담동) 씨는 위성 과외방송 실시를 앞두고 최근 80만원을 들여 위성안테나와 수신기를 설치했다.

이미 설치돼 있는 케이블TV를 통해 시청할 수도 있었지만 朴씨는 아들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주위가 산만해질까 우려해 아예 위성안테나를 설치한 것. 朴씨는 "베테랑급 강사가 문답.토론식 강의를 한다는 말을 듣고 이같이 결정했다" 고 말했다.

25일부터 전국적으로 위성교육방송이 실시됨에 따라 일선 중.고교와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사이에 기대와 걱정이 엇갈린 비상이 걸렸다.

또 다른 학부모 김민숙 (金玟淑.35.서울서대문구역촌동) 씨는 "우리도 뒤질 수 없어 아이에게 위성방송 과외를 받게 하려 하지만 긴 시간 녹음하는등 신경쓸 일이 너무 늘게 됐다" 며 부담스러워 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최형철 (崔炯徹.45) 씨는 "일산등 수도권 도시나 지방도시에서는 케이블TV망 자체가 없어 위성안테나를 사야 하는지 고민" 이라며 "서민부담만 느는 것 아니냐" 고 했다.

일선 중.고교, 입시학원에서도 학생들에게 위성교육방송을 시청시키기 위해 별도의 반편성을 하는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S고의 경우 고3 수험생중 희망자 60명을 선발, 오후5시30분부터 학교에서 매일 위성교육방송을 틀어줄 예정이고, 서울A고와 서울C입시학원등은 위성방송 내용을 녹화한 뒤 다음날 오전.오후로 나눠 방영키로 했다.

일부 입시학원에서는 해당 학원강사가 위성교육방송에 출연한다는 선전문구를 내세워 학생을 모집하는등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위성방송 교재를 이용한 강좌 (위성과외의 과외인 셈) 도 등장하고 있다.

위성방송 교재를 3권이나 샀다는 李모 (18.서울W고3) 양은 "이전의 교육방송과외 때도 별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적중률이 높다고 해 교재를 구입했다" 고 일단 기대를 보였다.

그러나 C고 2년 金모 (17) 군은 "학교수업과 과외에 이어 위성과외까지 안할 수 없어 공부부담이 훨씬 커졌다" 며 위성과외의 탄생을 부담스러워 했다.

서울K고 金모 (50) 연구주임은 "사교육비 절감차원에서 위성교육방송 실시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수십만원이상 하는 접시안테나를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학교교육을 불신하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험생들의 능력과 여건이 각기 다른 만큼 강의속도와 수준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정제원.김정하.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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