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고통분담 차원서 고용 유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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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24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을 방문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右)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6개 경제단체장들과 만났다.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기업의 금고를 열어 달라”고 호소한 데 이어 단체장들에게 다시 고용 유지와 투자를 당부했다. 박 대표는 “최근 노사민정비상대책위원회가 노사 분규 없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합의해준 데에 감사드린다”며 “어려울 때인 만큼 기업들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고용 유지가) 경영원리에는 맞지 않지만 고통을 분담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단체장들은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빨리 처리해줄 것을 부탁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한국에서) 비준이 되면 미국 재계와 힘을 합쳐 미국에서도 빨리 비준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도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여건이 굉장히 좋지 않은데 FTA가 비준되면 고용 창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 폐지 관련법도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기문 회장은 “사실 중소기업들은 지난 정권 때 출총제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대기업이 잘돼야 중소기업도 잘된다는 생각에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조석래 회장도 “기업이 은행에 투자해서 은행을 건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금산분리 완화도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표는 “국회가 비준 동의에 속도를 내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빨리 비준되어서 FTA가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심하는지 알고 있다”며 “투자를 가로막는 모든 법들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찾아간 경제단체장들=이들은 이날 오후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찾았다. “(기자들에게) 사이 좋게 보이자”는 조석래 회장의 제안에 두 사람은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지만 대화는 곧 한·미 FTA 비준 시점을 두고 신경전 양상을 띠었다. 조 회장이 “조속히 FTA를 비준해 달라”고 말을 꺼내자 정 대표는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 오면 우리가 안 하겠다고 할 수 있겠느냐. 미 행정부가 미 의회에 비준 요청을 하면 우리도 30일 이내에 처리해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조 회장은 “미국 재계가 재협상은 없다고 확인해줬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데 FTA가 성사되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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