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백두산에서 행글라이더 활강 MBC서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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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6월29일. 한국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흙을 한번 밟아보고 싶어하는 민족의 성지 백두산에서 그는 힘차게 날았다.

하늘에 잇닿은 천지에서 해발 1천3백m 산허리까지 김주진 (25.서일전문대 토목과1) 씨는 행글라이더를 타고 날았다.

거리로 10㎞의 비행. 그렇게 행복한 20분간은 없었다.

그의 몸을 두둥실 떠올린 바람은 30㎏짜리 행글라이더를 짊어지고 캠프에서 해발 2천6백62m 청석봉까지 8시간을 걸어 온 고통마저도 날려버렸다.

6월초 대학활공연맹 회장인 그에게 다른 12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같은달 23일부터 15일동안 백두산의 원시림을 답사하게 됐다는 소식이 MBC로부터 전해졌다.

그의 첫 해외여행에서 그렇게도 소원이던 백두산에서의 비행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비행 전날 청석봉에서 천문봉 (2천6백70m) 너머로 해뜨는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 보았다.

자신은 금강대협곡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옮기는 사이, 계곡 밑으로 밧줄을 타고 내려갔던 학생들이 "뼛속을 얼릴 듯이 물이 차더라" 고 말했다.

비행이 끝난 며칠 뒤 동료들은 백두산에서 불로초를 발견했다고 신기해했다.

진시황이 술사 (術士) 서복과 동남동녀 3천명을 보내 찾게했지만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불로초. 그 불로초는 이름만 전설을 간직한 채 지금은 강장을 위한 한약재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동료들은 그를 부러워 했다.

오죽하면 보름간의 탐사가 끝난 뒤 산악반 동료가 행글라이더 타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그에게 졸라댔을까. 그렇듯 가슴 벅찬 경험이었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청석봉에서 저편에 보이는 장군봉 (2천7백50m) .백두산에서 가장 높은 그곳. 청석봉에 쳐진,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표시하는 철사를 끊고서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그곳에서 몸을 날려 금강산 비로봉에 내려 앉을 수는 없을까. 김주진씨를 비롯한 13명 대학생들의 백두산 탐험기는 21일 밤11시 MBC '다큐스페셜 백두산 - 15일간의 탐사 기록' 시간에 방영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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