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32강·16강전 분석]중국 신예 대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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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신예집단 '6소룡' 을 선봉으로 한 중국의 대군이 다가오고 있다.

세계최강 한국바둑과 신흥 중국바둑의 대혈전이 임박했다.

지난주 신라호텔에서 벌어진 제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선수권대회 32강전과 16강전은 강성해진 중국의 힘을 새삼 실감케했다.

8강진출만을 놓고 볼 때 한국 4명, 중국 2명, 일본 2명으로 한국의 우위는 여전했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에 드러난 것일 뿐 내부에서 끓고있는 힘에서는 중국이 이미 한국을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13일의 1회전 (32강전) 은 한마디로 쇼크였다.

32강의 분포는 한국 13명, 일본 10명, 중국 8명, 미국 1명. 그러나 1회전이 끝난 후 16강의 분포는 한국 6명, 중국 8명, 일본 2명. 초강세의 중국은 놀랍게도 8전8승을 기록했던 것이다.

대진표에서 보듯 중국 신예의 활약은 놀라웠다.

'6소룡' 의 선두 창하오 (21) 8단이 조훈현9단에게 白으로 9집반승을 거두더니 멀리 헤이룽장 (黑龍江) 성에서 발탁된 왕레이 (20) 6단도 일본의 '대삼관' 조치훈9단을 불계로 꺾어버렸다.

저우허양 (21) 8단도 서능욱9단을, 중국최고의 기재 (棋才) 라는 뤄시허 (20) 6단도 김인9단을 각각 제압했다 (이번 삼성화재배엔 '6소룡' 이라 불리는 신예강호중 4명이 참가했다) . 신예들의 활약에 고무된듯 마샤오춘도 난적 서봉수를 격파했고 한물 간 것으로 알려진 녜웨이핑도 지난해 이대회 우승자 요다에게 대승을 거뒀다.

천쭈더 (53) 9단은 중국위기협회 주석이자 중국기원 원장. 이번엔 주최측 추천으로 18년만에 국제무대에 나섰는데 그 역시 최규병8단을 불계로 꺾어 중국팀의 전승에 기여했다.

마지막에 절망적이던 위빈9단이 유시훈7단에게 대역전승을 거둬 기적처럼 8전8승을 거두자 중국관계자들은 흥분해 말했다.

"이건 빅뉴스다.97년 8월13일은 중국의 날이다." 물론 중국의 강세는 오래 가진 못했다.

이틀 뒤인 15일의 16강전에서 한국은 이창호.유창혁 양웅이 위빈과 천쭈더를 격파한데 이어 김승준5단과 이성재4단도 중국의 왕레이와 뤄시허를 꺾어 세계최강의 실력이 아직 건재함을 과시했다.

첫날의 대참패로 '이제는 끝났는가' 싶던 일본도 고바야시 사토루 (小林覺) 9단과 히코사카 나오토 (彦坂直人) 9단이 저우허양과 녜웨이핑을 제압해 4백년 일본바둑의 저력이 아직은 다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중국은 마샤오춘9단과 창하오8단이 김성룡4단과 김동면6단을 꺾어 2명만이 8강에 올랐다.

중국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완전히 무르익지는 않았던 것이다.

8강의 대진은 이창호 - 히코사카, 유창혁 - 마샤오춘, 김승준 - 창하오, 이성재 - 고바야시. 조훈현등 40대 강자들이 안보이고 20대가 우글거리는 8강전은 어딘지 생소하다.

세계바둑은 바야흐로 세대교체기를 맞고 있고 앞으로의 세계무대는 필연적으로 한.중 신예의 대결장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삼성화재배 8강전은 9월19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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