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쌍방울에 4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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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돌격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호랑이' - . 선두를 질주하며 기세등등한 해태가 쌍방울만 만나면 자존심이 여지없이 구겨지고 만다.

'김빠진 맥주' 처럼 선수들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무너지기 때문. 김응룡 감독조차 7개 구단중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으로 주저없이 쌍방울을 꼽는다.

전반기에 7승2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가 싶더니 후반기에 내리 4연패를 당해 지난해의 악몽 (쌍방울전 8승10패) 이 재현될 조짐마저 일고 있다.

해태가 유독 쌍방울에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태 선수들은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이상하게 쌍방울만 만나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 고 입을 모은다.

경기 내적인 요인보다 외적인 요인에 비중을 두고 한 말이다.

바로 호남을 연고로 큰집과 작은집으로 나뉘면서 은연중 큰집 격인 해태 선수들이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 이라는 생각으로 몸이 굳어진데다 조금만 점수차가 벌어지면 추격 의지보다 '오늘도 졌구나' 하며 쉽게 경기를 포기해버리는 것. 다음으로 쌍방울 김성근 감독의 노련한 투수 운용. 특히 김감독은 해태에서 2년동안 투수 인스트럭터.2군감독을 지내면서 해태 선수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해태가 후반기 들어 가진 네경기에서 뽑은 점수는 고작 3점으로 김감독의 조련을 받은 쌍방울 투수들에게 철저히 유린당했다.

이같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쌍방울 선수들은 "해태는 언제 붙어도 자신있다" 고 장담하고 있다.

광주 =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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