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법대로'로 국민정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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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부러 살을 뺐다면 면제기준이 50㎏이니까 49㎏이나 48㎏으로 만들지 왜 위험하게 45㎏까지 내려 갔겠습니까. 병적기록표까지 보이면서 설명했는데도 오해가 많으니 안타까워요. "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 측근 K의원의 말이다.

"글쎄, 두 아들이 다 그렇다는게 나도 곤혹스러워요. 하지만 어찌 합니까. 건강이 안좋아 그렇게 된 걸…. 李대표가 사과해야 한다면 병역면제 아들을 가진 모든 부모가 사과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야당얘기는 순전히 정치공세예요. " (측근의원 H씨) 최근 李대표에 대한 유권자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그 중요한 이유가 아들의 병역면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1일과 2일사이 李대표 진영내에서는 여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경선승리 축배의 거품이 사라진뒤 그들을 누르고 있는 '1백79㎝ - 45㎏의 먹구름' 이 생생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 李대표 진영의 기류는 "빨리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는 위기감 못지않게 "이렇게 밀리기만 해야하나" 라는 억울함이 두갈래로 두텁게 형성돼 있다.

李대표 자신은 심저 (心底) 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여느때처럼 말을 아끼고 있다.

대 (對) 국민 유감표명이 예정된 3일은 그에게 참으로 가슴 아픈 날이 될 것이다.

그는 인생의 길을 곧게 걸어온 '대쪽' 으로 국민에게 비쳐졌고, 그 좋은 인상에 많이 힘입어 경선대세론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생애 최초로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게 되는 것이다.

그의 마음에는 아직도 "병역면제는 법적으로 흠이 없다" 는 강한 논리가 버티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국가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섰으니 법말고 국민정서도 깊이 헤아리고 호흡해야 할 것이다.

국민정서는 사실여부를 떠나 믿기 어렵다는게 분명하다.

한 독자는 전화로 따갑게 물어왔다.

"李대표는 법관시절 법자체보다 법의 취지를 강조하는 사법적극주의를 신봉했다.

그렇다면 병역면제 제도 자체보다 병역의무를 갈구하는 병역적극주의는 왜 취하지 않았나. " 3일 국민은 그의 입을 주시할 것이다.

그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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