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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수상계기 '올리브...''가베'등 개봉 러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란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57)가 90년에 만든 영화 '클로즈업' 은 이란 내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다큐멘터리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키아로스타미는 신문에 조그맣게 실린 사기사건 기사를 읽고 흥미를 느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 사건이란 본의 아니게 유명감독을 사칭하다 고발당한 젊은 남자의 이야기다.

그가 사칭한 감독은 모센 마크말바프 (40) .감독을 꿈꾸어온 가난한 남자는 우연히 버스에서 자신을 마크말바프로 오해한 여성을 만나 거짓말을 하고 그 집의 식구들을 만나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는 꿈에 부풀지만 결국 탄로가 나고 만다.

키아로스타미는 실제 재판상황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그 이전의 상황들은 실제 인물들을 등장시켜 재현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지니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수작을 만들어냈다.

그 재판정에서 청년은 "우리같은 서민들의 고통을 영화로 만드는 마크말바프감독처럼 되고 싶었다" 는 열망을 드러낸다.

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청년을 오토바이에 싣고 그 청년에게 속았던 가족을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에 실제로 출연한 마크말바프감독은 우리에겐 아직 낯선 감독이지만 이란내에서의 인기는 키아로스타미를 능가한다.

그는 이란영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기폭제역할을 한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이란영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칸영화제에서의 수상을 계기로 이란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두 감독의 작품들이 잇따라 국내에 선보인다.

키아로스타미의 94년작 '올리브 나무 사이로' 가 15일 개봉하는데 이어 칸영화제 수상작인 '체리의 향기' 와 92년작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가 연내 개봉할 예정이며 마크말바프의 대표작 '가베' (95년작) 도 가을 개봉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 는 지난해 개봉했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작품.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는 90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의 무대였던 마을에 지진이 난 후 주인공 소년들의 안위가 궁금해 찾아나서는 감독의 이야기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 는 그 지역에서 다시 영화를 찍는 이야기로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에 등장했던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양탄자를 뜻하는 '가베' 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형식으로 아버지의 반대에 부닥친 젊은 여성의 사랑이야기를 따스한 색채에 담아낸 작품이다.

양탄자를 짜는 주인공 가베가 들려주는 가베에 얽힌 가족과 사랑의 이야기가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두 감독의 작품들은 이란영화가 왜 주목받게 되었는가를 보여준다.

이란영화는 유럽, 특히 프랑스영화계에서 먼저 평가하기 시작했다.

대안적인 영화에 대한 한계에 부닥쳐있던 유럽영화계에 휴머니즘을 새로운 형식에 담아낸 이란영화들은 매우 놀라운 발견으로 다가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뒤늦게 관심을 가지게 된 셈이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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