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마법 첼시도 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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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매직’이 초일류 팀에서도 통할 것인가.

거스 히딩크(사진)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첼시 사령탑을 겸임하기로 했다.

히딩크를 러시아 감독으로 영입했고 실질적으로 월급을 주는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히딩크 감독은 “첼시가 아니었다면 거절했을 것이다.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2~3개월만 첼시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라도 팀워크를 해치면 과감히 축출하고, 재능 있는 신예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히딩크 리더십의 요체다. 2002년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것도, 2006년 호주를 3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세우고 16강에 올린 것도, 유로 2008에서 러시아를 4강에 보낸 것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다. 변방팀을 초일류 팀에 근접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그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과 대기업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일. 축구도 마찬가지다.

히딩크 감독은 1998년 네덜란드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에 부임했다. 하지만 ‘작은 독재자’히딩크 감독은 스타들을 조화롭게 운용하지 못한 채 구단과 갈등을 빚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 시즌도 마치지 못하고 해임됐다. 레알 베티스도 한 시즌 만에 그만뒀다. 스페인은 그를 ‘블란도(겁쟁이)’라고 놀려댔다. 첼시에는 디디에 드로그바, 존 테리, 데쿠, 미하엘 발라크 등 세계 최고 선수들이 즐비하다. 잉글랜드 팬과 언론은 스페인만큼이나 인내심이 없다. 히딩크 감독의 전임자였던 스콜라리 감독은 2002년 브라질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지만 7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11일 현재 맨유·리버풀·애스턴 빌라에 이어 4위인 첼시는 FA(축구협회)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라 있다. 이번 시즌 박지성의 맨유와는 리그 대결을 마쳤다. FA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만날 수 있다. 히딩크-박지성의 사제 대결이 가능하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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