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통화위기는 중국 탓…중국산 저가품 범람으로 수출길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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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동남아 각국의 통화 위기는 왜 발생했을까. 여러가지 원인을 들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과잉설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생산설비가 넘쳐나면서 저가 수출품이 범람했고, 이에 따라 동남아 국가들의 수출 길이 막히면서 통화 절하 압력이 가중됐다는 얘기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제조업 생산설비가 필요한 생산능력의 거의 두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몇년사이 외국인 직접투자가 몰리면서 중국의 자동차.섬유.석유화학.TV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설비 과잉이 심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공장설비 평균 가동률이 60%이하로 내려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설비 과잉으로 중국의 상품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홍콩의 한 경제전문가는 지난 95년말 이래 최근까지 중국의 상품 가격이 평균 11.5%나 떨어졌으며 지금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내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출품 가격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수출품들은 저가를 무기로 최근 몇년새 과거 동남아 국가들이 차지하던 해외 수출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상품을 해외로 수출했다.

이는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의 수출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중국의 수출은 올해 상반기만해도 전년동기보다 거의 25%나 늘어났다.

중국의 수출이 이처럼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동남아 각국의 수출은 부진하다.

최근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등의 경제는 저마다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공통된 고민은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이 어려워지니 통화가치 하락 압박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동남아 각국의 통화 가치 하락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수출을 어렵게 하는 것은 중국만이 아니다.

중국이 저가 수출품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면 일본은 고가품 수출의 숨통을 막아 놓고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동남아 나라들이 통화위기를 극복하려면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 외에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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