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대한민국 일등광고의 20법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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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일등광고의 20법칙
박성혁 외 지음, 디자인하우스, 376쪽, 2만5000원

요즘 프랑스 언론에는 거리의 광고판을 래커칠로 공격하는 젊은이들이 등장하곤 한다. 도처에서 소비를 조장하는 각종 광고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을 표출하는 이런 움직임은 역으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많은 광고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제일기획에 근무하는 젊은 ‘광고쟁이’여섯 명이 쓴 이 책을 업계 사람이 아니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기에는 이명래 고약’이라는 1950년대 말 신문광고에서 시작해 이 책에 등장하는 수백편 광고는 척 보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살아온 시절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모두 국내 광고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풍부한 국산광고의 예시를 통해 광고전문가들 사이에 통용되는 전략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신시장 개척’‘표현의 단순화’‘브랜드 확장’‘금기탈출’‘모델 전략’‘스포츠 이벤트’등 모두 20가지 법칙을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역설적으로라도 국내광고의 여건이 한눈에 읽힌다. 예컨대 다섯번째 법칙인 ‘일관성을 지켜 차별화하라’를 보자. 20년이 넘도록 똑같은 광고문구를 고수하는 해외광고 사례와 달리 국내에서는 3,4년만 지속돼도 장기 캠페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자들은 이를 통해 오히려 국내 여건에서는 일관된 메시지를 그 때 그 때 새로운 옷을 입혀 내놓는 것이 제격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아홉번째 법칙인 ‘극 과장 기법으로 차별화하라’도 비슷하다. 이런 유의 광고에 대한 국내의 심의제도가 미국 등지보다 엄격하다는 광고인들의 푸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진솔하고 담백한 리얼리티 광고가 우세하다고 인정한다. 그 이유로 심의제도 외에 광고에 대한 수용자들의 불신, 광고를 제작하는 쪽의 윤리의식 등을 꼽는다. 20가지 전략 자체는 광고업계의 고전이 된 해외저서들에도 곧잘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국산화’를 시도한다.

광고 공해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독자라도 저자들이 이 책에 요모조모 들인 공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TV용이든 신문용이든 책에 거론되는 거의 모든 광고에 그 광고의 원형이나 관련된 시각 자료를 부지런히 챙겨 실었다. 특히 70년대 이전의 단순소박한 문구의 광고들은 그 자체로 시대상을 읽게하는, 일종의 대중문화 사료로도 보인다. ‘아이스케키’가 한때 ‘물뼉따귀’라고 불리기도 했다는 식의 설명도 행간에 가끔 등장해 재미를 준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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