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비디오 출연 여중생 崔양의 때늦은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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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옥상에서 떨어져 죽고 싶어요. " 중.고생들이 어울려 만든 포르노 테이프의 여주인공 崔모 (15.S중2) 양은 15일 오후 경찰서 유치장으로 면회 온 어머니 유모 (48) 씨에게 비참한 심경을 털어놨다.

어머니 유씨도 딸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울먹였다.

"외동딸이라 금지옥엽 (金枝玉葉) 처럼 키웠는데 이럴줄 몰랐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기회를 한번 주었으면…. " 유씨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유씨는 지난해 11월 딸이 가출했다가 돌아온 뒤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등 가출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번 일로 수포로 돌아갔다며 안타까워했다.

崔양은 초등학교때 3년 연속 반장을 하고 반에서도 1~2등을 다투는 모범생이었다.

타락의 늪에 빠져든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2년동안 입원했고 어머니가 병 간호로 崔양에게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崔양은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고 중학교 입학식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인 95년 3월 기억조차 희미한 동네 오빠를 따라 비디오방에 갔다가 엉겁결에 성을 첫경험했다.

그해 9월 학교 가을축제에서 崔양은 문제의 비디오를 찍은 같은 학교 3학년 오빠 金모 (17.S공고2) 군의 현란한 브레이크 댄스에 흠뻑 빠졌다.

며칠 뒤 金군은 학교 뒷골목에서 "담배있느냐" 며 崔양에게 접근했고 둘은 1주일이 안돼 金군집에서 첫 관계를 맺었다.

이어 3개월 후인 12월초 崔양은 '자유롭게 놀고 싶어' 가출했다.

서울광진구화양동 단란주점에서 숙식하며 접대부 생활을 시작했으나 경찰의 일제단속에 걸려 1주일만에 귀가조치됐고 이웃 S중으로 전학했다.

崔양이 비디오를 처음 찍은 것은 지난해 4월. 金모군이 비디오를 찍자고 제의해 '재미삼아 찍어도 될 것같아 별 생각없이 응한 것' 이 화근이 됐다.

특별한 의미도 없이 빨간 스카프를 둘렀다고 崔양은 말했다.

지난해 8월 또 다시 가출, 서울강동구천호동 단란주점에서 접대부로 일했다.

그러나 부모의 설득으로 같은해 11월 귀가, 올해 신학기 재입학해 여느 학생과 다름없이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S중 도덕교사는 "생활을 착실하게 잘한다" 며 급우들 앞에서 崔양을 칭찬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崔양은 지난달 친구들로부터 "네가 나오는 비디오를 봤다" 는 말을 듣고 까무러칠뻔했다.

경찰에 잡혀온 崔양은 앳된 모습으로 "일본 음란비디오를 보고 재미삼아 찍은 것이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될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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