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점심 1시간 불끄기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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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0일 중구무교동 현대상선빌딩.정오를 알리는 괘종시계가 울리자 15층 건물전체가 순식간에 어두침침한 한낮의 암흑(?)속에 휩싸였다.형광등은 물론 컴퓨터.복사기등 일체의 사무기기 전원 스위치가 밑으로 내려진 것. 현대상선㈜ 9백여명의 사원들 대부분이 의자나 소파에 몸을 눕히고 짧으나 꿀맛같은 낮잠을 즐기고 있다.빌딩전체의 쥐죽은 듯한 적막은 오후1시까지 이어졌다.

이같은'불끄고 낮잠자기'열풍은 업무가 고되기로 소문난 컨테이너영업부에서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그 효과가 입소문으로 퍼져 나가면서 올초부터 전사옥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조용환(趙龍煥.34.전용선부 과장)씨는“잠시 모든 업무를 잊고 단잠을 즐기는게 사내에 유행이 됐다”며“오히려 자고나면 오후시간 업무능률이 더 높아져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확산의 기관차 역할은'쥬니어보드'와'수평선회'가 맡았다.사내 30대 초반의 의욕적인 과장 8명으로 구성된'쥬니어보드'는 지난 3월부터 각 사무실의 모든 스위치에 스티커를 붙이는등 적극 홍보에 나섰다.또 여직원들 모임인'수평선회'도 이에 흔쾌히 동참,'불끄기에 협조해 달라'는 캠페인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회사측도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다.비록 적은 돈이지만 연간 1천만원의 전기료도 절약되고 정주영 명예회장의'자린고비'정신과도 일맥 상통해 말릴 이유가 없다는 것. 고영석(高英錫.49)영업본부 이사는“불경기를 맞아 푼돈이라도 아껴야할 요즘 상황에 사원들 스스로 절약을 몸소 실천하고 나서줘 더할 나위없이 고맙다”고 반겼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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