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보기>3. 가수 조영남씨 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뒤늦게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는 사람.가수에서 이번엔 화가로.'내고향 삽교'와'딜라일라'의 가수 조영남(54.서울강남구청담동)씨의 집에는 그런 자취가 진하게 배어난다.그의 집은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하얀 벽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차 있다.벽 한면을 가득 채우는 대형 작품에서부터 올망졸망 벽에 걸린 소품까지.

그래서 복층 빌라인 이 집의 1층 거실과 2층 복도는 마치 갤러리같다.

작품을 위주로 한 조명시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가수는 생계의 수단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싫어졌다는 것은 아에요.하지만 요즘 저는 모든 관심을 미술에만 쏟고 있는 게 사실이죠.”그래서인지 거실과 침실에 기타 한두개가 장식품처럼 놓여 있는 것 외에 그 집에서'가수의 냄새'를 풍기는 것은 거의 없다.

그 집에서 그가 직접 창작한 것은 그림뿐만 아니다.

거실에 놓인 책장과 테이블,그리고 TV 장식장.침대등 집안의 가구 대부분도 그의 솜씨다.시골출신인데다 목수집안에서 태어나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라고 그는 설명한다.

특히 그가 만든 가구는 못질을 하지 않고 짜맞추는 형식으로 만들어져 가구로서 미적요소와 실용성이 일반가구보다 나을 정도.그는 그 방식을'조영남 공법'이라 부른다.

1층에는 그의 침실이 있다.아내 백은실씨가 현재 미국 유학중이라 혼자 쓰고 있는 방이다.이곳에서 그림도 그리며 주로 시간을 보낸다.

벽에는 초등학생인 딸의 그림과 자신이 활동한 사진을 가득 붙여 놓았고 침실옆 사이드 테이블에는 가족사진을 빼곡이 정리해 놓았다.

수수한 차림으로 TV에 나와 너털웃음을 잘 터뜨리는 그를 보면 정리를 잘 하는 쪽 보다는 주변을 잔뜩 어질러 놓고 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하지만 그가 꾸민 공간을 들여다보니 직접 제작한 그림과 가구,그리고 가지런히 정리된 액자.벽장식품이 가득차 있어'이렇게 섬세하고 꼼꼼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조씨는“물건을 사서 집을 꾸미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 되도록 제손으로 만들어 꾸몄죠.세련되지는 못해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는 게 좋아 이렇게 사는 모양”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자신의'집꾸미기 철학'이라고 덧붙이며. 글 =신용호 기자 사진=백종춘 기자

<사진설명>

복층 빌라인 이 집은 거실과 2층 복도 그리고 계단 벽까지 그림으로 가득차 있어 마치 미술관 전시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