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11년 만에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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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가 지난해 64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82억9000만 달러) 이후 11년 만이다. 4분기에 흑자를 낸 덕에 그나마 이 정도에서 막은 셈이다.

또 주식 투자와 파생상품 거래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따지는 자본수지도 지난해 509억3000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통계를 작성한 80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그동안 경상수지는 상품 수출입에선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여행 등 서비스 분야에선 적자를 내는 형태였다. 그러나 지난해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상품수지의 흑자가 59억9000만 달러로 전년(281억7000만 달러)보다 크게 감소했다. 상품수지 흑자가 1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97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 이상현 국제수지팀 차장은 30일 “지난해는 원유와 연료의 수입액(1235억 달러)이 전년보다 50% 정도 늘어난 반면 수출 증가율은 10%대에 그쳤다”고 말했다. 서비스수지(-167억3000만 달러)는 해외여행이 줄면서 적자 규모가 전년보다 30억 달러 정도 줄었다.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 자본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해외로 대거 이탈했다. 2003~2007년 국내로 들어왔던 액수(513억7000만 달러)와 비슷한 돈이 지난 한 해 동안 빠져나갔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로 해외로 나간 자금(순유출)만 153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또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금융위기가 심화하면서 해외 금융사들이 국내에서 회수해간 자금도 106억 달러나 됐다. 최근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8억6000만 달러 흑자를 냈지만 흑자 폭은 전월(19억1000만 달러)보다 줄었다. 한은 양재룡 국제수지팀장은 “1월은 설 연휴로 영업 일수가 적은 데다 유류 수요가 많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국제유가가 안정된다면 올해 전체로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국제유가가 안정된다면 올해 경상수지는 상당한 흑자를 낼 것”이라면서도 “수출이 늘기보다 수입이 크게 줄어 나타나는 ‘축소형 흑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수지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한국 등 신흥 시장에서 자금을 빼가려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정책이 해외 투자가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경상수지=한 나라가 수출입과 서비스 거래를 통해 얼마의 이익과 손실을 봤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상품 수출입에 따른 상품수지와 해외여행 등에 따른 서비스수지, 이자와 배당액을 보는 소득수지, 송금 등 경상이전수지로 구성된다. 자본수지는 투자에 따른 자본의 유출입을 집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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