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英박물관 망신살 - 세계최고 자랑 중국고문서 가짜 판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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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대영(大英)박물관 도서관에 소장된 중국 고문서 6백여점이 가짜임이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기원전 5세기부터 서기 1025년까지의 이들 문서는 20세기초 대영박물관이 사들일 당시 중국인 문화재 위조전문가에게 사기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대영박물관 학예관 수전 휘트필드 박사는 문제의 문서들이 당시 중국 문화재 수집가로 유명했던 리 셍도우로부터 입수된 것이며,수집 당시 대영박물관은 리의 명성에 홀려 위조품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같다고 말했다.리는 정부관리들과 짜고 둔황(敦煌)유물에서부터 중국 국립도서관에 소장됐던 국보급 유물까지 빼돌렸던 것으로 유명했다.

리의 문화재 위조는 1911년부터 시작됐는데,주로 불교경전과 고승들의 저술을 위조했다.35년 리가 죽은 뒤엔 그의 여덟명 아들이 뒤를 이어 문화재 위조사업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따라서 이들이 만든 가짜 문화재는 대영박물관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박물관과 개인 컬렉션에 퍼져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휘트필드 박사는 중국 고문서를 많이 소장한 일본의 박물관들도 가짜를 상당수 소장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만약 가짜라는 것을 인정하면 국가적 위신이 깎일 뿐만 아니라 재산상으로도 큰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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