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10년' 심포지엄 주요 발표 요지 - 고려대 정치학 최장집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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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현재의 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인 민주주의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실질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사실이다.96년말 노동법 및 안기부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 이후 김영삼 정부의 위기가 보여준 것도 절차적 정당성은 모든 개혁의 선결조건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접근은 정치의 공정성과 투명성,개혁성을 갖기 어렵게 한다.권력 분산의 제도화도 하나의 과제다.이는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하는 특정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한국의 구조적.문화적 특성과 관련되는 문제로 중앙집권적 권력을 견제할 정치사회적 견제세력을 갖지 못하는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보수 헤게모니의 지속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사회적 이해관계의 갈등을 전제하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의 이념적 성향에는 중간파조차 존립하지 않는다.좌파나 진보가 없는 중간파란 존립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정치체제는 결코 자유주의적이지도 못하다.끝으로 시민적 하부기반을 발전시키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학연.지연.혈연과 같은 부도덕적 가족주의와 충성.의리.단결을 강조하는 수직적 특수주의 아래서 시민적 덕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조직화하는 문제는 어렵다.

고려대 정치학 최장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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