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경선 92년과 다른점은 후보많고 돈선거 징후없다는 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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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勢)대결이라는 기본구도를 헤어나지 못하는게 지금의 신한국당 경선양상이다.하지만 5년전 여당(민자당)경선에 비해서는 그래도 몇가지 긍정적 변화상이 발견된다.

우선 돈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서울지역의 한 재선의원은“92년 경선의 이 시점에선 1천만~2천만원대의 봉투가 위원장들에게 전해졌다”며“그러나 지금은 거액살포의 징후를 전혀 찾을 수 없고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 주자(走者)측은“후보 난립과 상호감시로 돈을 만들기도 어렵고,돈을 쓰려야 쓸 수 없다”면서 “문제발생시 일거에 탈락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그 이유로 꼽았다.

여러 주자들이 지구당 방문전“돈은 쓸 수 없음을 대의원들에게 전해달라”고'양해'를 구하는 것도 어쨌든 발전된 모습이다.

대표직 사퇴를 놓고 벌어지는 다툼에 낯을 찡그리는 사람도 많지만“공작정치의 장본인”“돌머리”등의 험담이 오갔던 92년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다.

92년엔 전무했던 TV토론도 달라진 풍속도의 주요 요인이다.선택의 유효한 수단으로 자리했기 때문이다.충북 충주지구당의 한 대의원은“TV토론이후 특정주자 선택으로 기운 대의원들이 상당수”라고 했다.

소위'노심'(盧心.노태우대통령 의중)과'김심'(金心.김영삼대통령 의중)의 영향력도 두드러진 차이다.충북 진천-음성의 한 대의원은“92년엔 대의원과 언론의 모든 관심이 노심에 쏠려 있었다”며“盧대통령 측근이 YS를 지원하느니,박태준(朴泰俊)씨 출마를 막았다느니 하는 얘기로 날을 지샜다”고 회고했다.총재의 선택과 자신의 것을 일치시키려는 비민주적 행태가 보편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번 경선에선 김심은 부차적(副次的) 관심사로 밀려난 상황.극심한 레임덕 속에 金대통령이 두차례나 중립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여성 대의원 20%증가와 맞물린 우먼파워의 작용도 주목할 새 변화.박찬종(朴燦鍾)고문.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의 부인인 정기호(鄭基鎬).김은숙(金銀淑)씨의'맹활약'이 대의원 사이에 늘 등장하는 화젯거리다.鄭씨는 제주도지부대회에서 자청해 남편 지지호소 연설을 했다.'경기도의 힐러리'로 불리는 金씨는 각지 대의원에게“젊은 사람을 밀어달라”고 호소전화를 끈질기게 하면서 참모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수성(李壽成)고문도 지론인'현모양처론'을 요즘 슬그머니 거두었고 김덕룡(金德龍)의원은“7룡중 부인이 전문직(의사)인 사람은 나뿐”임을 은근히 강조한다.92년 경선때는 이종찬(李鍾贊)후보 부인으로부터 동시다발의 전화를 받았다는 대의원이 속출하자 김영삼후보측에서“도대체 부인이 몇명이냐”는 논평을 낸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최훈.윤창희.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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