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서 간간이 총성 제2內戰 걱정 - 유광종 기자 프놈펜서 제1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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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제1총리와 제2총리의 경호병력이 서로 교전을 벌였던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는 19일 오전 2시쯤 다시 총성이 한동안 계속 울렸다.대낮에도 가끔씩 총성이 들린다.

어디서 왜 총성이 울렸는지 확인이 잘 되지 않고 있지만 요즘의 심상찮은 권력투쟁과 맞물려 프놈펜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

이 가운데 18일 이른바'킬링필드'의 주역 폴 포트가 투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프놈펜 시민들은 치떨리는 경험들을 되살리고 있었다.

“잡화상을 하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농촌으로 쫓겨갔어요.먹을 것,입을 것이 없어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돌아가셨지요.” 프놈펜 도심에서 만난 올해 28세의 오나는 폴 포트가 투항했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우선 어렸을 적의 비참한 정경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여위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먹을 것은 물론 약조차 없어 집에 누우신 채 그냥 숨을 거뒀을 때는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역시 프놈펜의 도심지역에서 길가에 음료수 판매대를 차려놓고 장사하는 모리(35.여)의 느낌 또한 다를 게 없었다.

“아버지가 저들에게 맞아 돌아가셨어요.폴 포트가 돌아오면 어쩔거냐구요.돌로 쳐서 죽일 겁니다.” 프놈펜에서 만난 사람은 대부분 폴 포트의 이름과 함께'2백만'이라는 숫자를 자동적으로 떠올린다.폴 포트 치하에서 숨진 사람들 숫자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폴 포 도심지역에서 길가에 음료수 판매대를 차려놓고 장사하는 모리(35.여)의 느낌 또한 다를 게 없었다.

“아버지가 저들에게 맞아 돌아가셨어요.폴 포트가 돌아오면 어쩔거냐구요.돌로 쳐서 죽일 겁니다.” 프놈펜에서 만난 사람은 대부분 폴 포트의 이름과 함께'2백만'이라는 숫자를 자동적으로 떠올린다.폴 포트 치하에서 숨진 사람들 숫자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폴 포트에 대한 분노보다 프놈펜에서 간간이 벌어지고 있는 전투가 더욱 걱정이다.오랜 내전의 쓰라린 고통이 재연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제1총리고,제2총리고 이제 그만 싸움을 그만뒀으면 좋겠어요.저 앞에 건물 보이시죠.4년전 지은 건데 지금까지 세가 나가지 않아요.외국 투자기업들에 임대하기 위해 지은 건데.” 기자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만난 중국계 현지 주민 리광밍(李光明.29)의 말이다.

그는 라나리드 제1부총리와 훈 센 제2총리가 사실상 이원집정을 시작한 94년부터 외국인 투자의 행렬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국방부와 함께 둘로 나뉘어 있는 내무부의 업무 때문에 각종 인허가 수속이 이중으로 이뤄져 시간과 비용이 곱절 이상 든다고도 했다.

이들 정파는 폴 포트의 투항으로 남은 크메르 루주 잔당을 자파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 현지 외교가의 분석이다.폴 포트가 괴멸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이들의 정쟁이 전투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은 프놈펜 시민들에게 내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그는“길거리를 다니고 있는 군인들은 시민들의 안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제1,2총리파로 나뉘어 있는 저들은 그저 편싸움을 하기 위해 총을 들고 다니는 겁니다”라며 군인들의 명찰에 씌어 있는 번호를 보면 저들이 어느 총리에 소속된 군인인지 알 수 있다면서 강한 불신감을 표시했다.

제1총리파에 속하는 왕궁 근처 군인들은 방탄복을 입고 실탄을 장전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으며 제2총리파에 속하는 일부 군인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로켓포로 무장한 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폴 포트의 투항소식은 캄보디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오랜 내전을 완전히 종식하고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나 현재의 분위기는 그보다 정쟁의 심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쪽이다.

프놈펜의 총성은 현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뒤흔들어놓고 있다.이를 의식해서인지 캄보디아 당국은 19일 각국 외교사절을 초빙해 특별브리핑을 하기도 했지만 프놈펜 시민들이나 이곳 외국인 모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설명>

노로돔 라나리드 제1총리와 훈 센 제2총리 추종 세력들간에 총격전이 발생하는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라나리드 지지병력들이 19일 프놈펜시 중심부에서 중무장한채 순찰하고 있다. 프놈펜=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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