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誣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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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없는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 해당기관에 밀고하는 행위는 한 사람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 뒤마의 명작소설'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착하고 성실한 항해사 단테스를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게 한 것은 그의 출세를 시기한 당그라르와 그의 약혼녀를 짝사랑한 페르낭의 합작품인'밀고장'이었다.단테스를 나폴레옹의 스파이로 몰아붙인 것이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탈옥하고 복수하는 과정이 아주 드라마틱해서 현실감은 좀 떨어지지만 무고(誣告)행위가 야기할 수 있는 엄청난 결과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무고행위는 남에게 해를 입히고 자신이 반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인간의 사악한 심성에서 비롯된다.하지만 무고는 당사자간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파장을 몰고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1959년의'간첩 국회의원' 무고사건이 좋은 예다.

“…유(兪)의원은 지난번 이북에 갔을 때 북한의 대남총책으로부터 세뇌와 지령을 받고 돌아와 현재 국회의원이라는 합법적 신분으로 은신암약하는 자…”라는 내용의 투서가 국회와 사법기관에 날아든 것은 그 해 초가을이었다.바로 그 전해 KNA기 납북사건 때 兪의원이 북한에 끌려갔다가 귀환한 사실에 근거한 투서였다.수사에 나선 검찰은 兪의원의 인접 선거구 출신인 崔모의원과 그의 선거참모였던 李모라는 사람을 구속기소했다.

결국 재판은 2년을 끌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던 끝에 崔의원은 무죄,李피고인은 유죄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마무리됐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에서 이데올로기와 관련한 무고가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본보기였다.반공 이데올로기가 판을 치던 시절에는'간첩 무고'를 가장 두려워했던 것처럼 무고의 내용은 사회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지검의'고소사건 발생추이'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석달간 무고사범 일제단속을 벌인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배나 늘었다고 한다.내용도 금품이나 부동산 등 재물을 편취하기 위한,혹은 부도수표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무고 등 경제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라니 결국 사회현상이 악인들을 양산하는 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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