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테니스계 쿠에르텐 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이변의 97프랑스오픈'이 끝난후 '구가 증후군'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구가'는 대단원을 화려하게 장식한 구스타보 쿠에르텐(20.브라질)의 애칭. 축구에 밀려 테니스의 인기가 보잘것 없었던 브라질에서는'구가 매니아'의 물결이 한창이다.쿠에르텐은 브라질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그랜드슬램대회 정상에 올라섰으며 10일 랭킹이 15위로 치솟아 최초로 랭킹 20위 이내에 진입한 선수가 됐다.열정의 나라 브라질 출신답게 쿠에르텐은 하위랭커임에도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무려 3명의 전 챔피언들을 격침시키며 우승,그의 인기는 당분간 축구영웅 호나우도나 로마리우를 능가할 전망이다.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브라질의 거리는 테니스 라켓과 브라질 국기를 든 인파로 가득했으며 오토바이들이 경적을 울리며 거리를 질주했다.특히 쿠에르텐의 가족이 사는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는 화려한 '쿠에르텐 복장'을 한 주민들이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등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쿠에르텐이 다녔던 고등학교는 임시휴교로 학생들이 결승전을 시청할수 있게 배려했으며 어린이들에게 불어온 테니스 열풍으로 테니스라켓 판매가 40%나 늘어났다.

반면 세계테니스계는 보수적인 윔블던대회를 앞두고 쿠에르텐의 화려한 의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쿠에르텐은 녹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자유분방한 의상으로 파리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나 대회 조직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은바 있다.특히 영국은'흰색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크리스티앙 비메 프랑스테니스협회장은“많은 선수들이 쿠에르텐의 의상을 비난했다.적절치 못한 의상이었다”며“의상규정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쿠에르텐 열풍은 갈수록 화려해지는 의상과 모호한 규정을 놓고 한판 논쟁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그러나 쿠에르텐 증후군은 무엇보다도 하위랭커들에게“나도 할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신성은 기자

<사진설명>

브라질에 테니스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복장규정을 거론케 하는등 쿠에르텐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