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는 강경식 경제부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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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는 12일로 강경식(姜慶植.얼굴)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취임 1백일을 맞는다.“1천일은 지난 것 같다”는 재경원 실무자들의 말이 그간의 姜부총리 업무스타일을 짐작케 한다.취임 즉시 금융실명제 보완과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을 밀어붙였으며 벤처기업 육성,지방경제 활성화,예산감축등 경제의 기본틀을 바꾸는데 주력했다.

정권말기임에도 경제팀의 팀워크는“매우 좋다”는 것이 주위의 공통된 평가.경제장관들은 정례회의외에 매주 화요일마다 조찬간담회를 가지며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했다.김인호(金仁浩)경제수석이 목소리를 가급적 낮춘 채 姜부총리를'내조'하는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옛 경제기획원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온 두사람은 요새도 수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경제에 관한 한 새 경제팀에 맡겨 두는 것도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정권말기에 사공이 많아지면서 흔히 벌어지는 정책혼선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과천관가에서는“부총리가 좀더 빨리 입각했더라면…”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그의 리더십이 돋보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워낙 죽을 쑤다 보니 시장경제 신봉자인 姜부총리도 소신과는 거꾸로 가는 경우가 있다.부실징후 기업의 부도를 유예하는 부도방지협약이 대표적 사례.시장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됨에도 연쇄부도 파급을 두려워한 끝에 동원한 궁여지책(窮餘之策)이다.그러나 진로의 경우처럼 정부와 은행간의 보조가 맞지 않아 부도방지협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 한편 차입금이 많은 기업에 법인세를 무겁게 물리겠다는 정책은 또다른 폭탄이었다.부도방지협약으로 빚많은 기업들을 살려 주면서 다른 쪽에서는 빚많은 기업들의 목을 죄는 정책을 펴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는 지적들이 많다.

가장 스타일을 구긴 대목은 은행장인사 개입.정부가'적임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나섰다가 여론이 안 좋자“내정한 사실이 없다”고 물러섰다.아무튼 은행에 주인을 찾아줘도 시원찮을 마당에 완전히 거꾸로 간 정책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姜부총리가 생각은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데 실제행동에는 간간이 80년대식 스타일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첩첩산중이다.당장 문제는 6월 임시국회.임시국회에는 금융실명법과 자금세탁방지법,금융개혁관련법등 굵직한 현안 관련법이 대거 제출된다.姜부총리 1백일 개혁의 중간결산인 셈이다.그러나 여야가 대립하고 있어 임시국회 개회 자체가 불투명한 데다 개회돼도 1백여개의 경제관련법안이 제대로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10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도 장관들은 이 문제를 가장 걱정했다고 한다.임시국회와 별도로 姜부총리는 6월말 또는 7월초에 21개 국가개혁과제를 선정,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차근차근 처리한다는 복안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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