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 성장률 전망 3.3 → 0.7%로 낮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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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로 성장’에 가깝게 대폭 낮췄다. 특히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21일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에 그칠 것이라는 수정 전망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망치 3.3%에 비해 2.6%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 KDI는 상반기 성장률이 -2.6%에 그치고, 그 이후 회복돼 하반기 성장률은 3.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이번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 민간연구소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성장률 전망을 대폭 낮춘 것은 세계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KDI 조동철 연구부장은 “국제통화기금(IMF)도 조만간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악화된다는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DI는 지난해 11월 수출(금액 기준)이 3.2% 늘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에 17.1%나 감소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설비투자도 7.7% 줄어들 것으로 봤다. 민간 소비도 0.1%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그나마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유지하고, 수입은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덕분에 무역수지는 20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과 투자·소비가 위축된 탓에 고용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KDI는 보고서에서 “하반기에 일자리 사정이 다소 나아지더라도 올해 전체로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카드사태가 발생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KDI는 당분간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풀고 정부의 재정지출도 확 늘리는 확장적인 경제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 이를 감당할 만큼의 은행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4%로 제시했다. 피치는 이날 발표한 ‘2009년 아시아 은행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아시아의 경제성장 전망이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올해 한국 경제가 제로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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