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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헬기' 개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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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방부는 지난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을 최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주한 미군은 아파치 헬기 2개 대대 중 1개 대대를 해외에 전환 배치하고, 그 공백을 F-16기로 대체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한·미 구상은 일면 한국 안보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선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은 한·미 간 이슈의 원만한 해결과 방위산업 육성을 통한 신성장동력 정책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로 막대한 운용유지비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중고 1개 대대에 편성된 36대 도입 시 1조원의 구매비용과 매년 1000억원이 소요된다. 특히 주한 미군 아파치 헬기 전환 배치와 중고 아파치 헬기의 도입 추진은 외압이 작용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쇠고기 파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 발전은 한·미 FTA 재협상, 아프가니스탄전 한국군 파병, 한·미 전략동맹의 비전 선언 등 보다 더 중대한 한·미 이슈들을 오바마 새 정부와 해결하는 데 암초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둘째, 2012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주안점은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의 공동방위 체제 구축이다. 특히 핵심 전력의 자주화는 자주국방의 관건이다. 아파치 헬기를 도입하는 것은 한국형 공격 헬기의 개발 기회를 상실하게 돼 무기 체계의 종속은 필연적이고 자주국방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방위산업 육성을 통한 신성장 동력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2010년부터 추진하려는 한국형 공격 헬기 사업이 지연되거나 폐기될 경우 고급 기술 유출 위험과 150여 개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방산 수출 10억 달러 달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홍보해 온 국방부의 경제위기 극복 논리와도 배치된다.

넷째, 한국형 공격 헬기 사업은 육·해·공군 간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추진돼야 할 사업이다. 그동안 대양해군 건설, 우주항공 건설 캠페인이 주효해 병력 대비 육군의 전력 증강이 감소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이라크전의 초기 작전에서 첨단 해·공군 전력 중심의 미군이 위력을 발휘함에 따라 한국군도 이를 반영한 해·공군 전력 증강 위주의 국방 개혁 2020을 발전시켰다. 문제는 국방 개혁이 한반도의 특수 상황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북한군은 110만 명 중 95만 명 이상이 지상군 병력이며, 미군이 지상군 전력 증강을 경시한 결과 지금도 이라크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교훈은 한국군 전력 증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국가 안보와 국익 차원에서 우리의 첨단 기술과 능력을 활용한 한국형 공격 헬기를 개발함으로써 독자적인 작전수행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경제 회복에 기여하는 것도 실용적 자주국방에 부합하는 길이다.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 관련 관계기관의 신중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파치 헬기를 아프가니스탄으로 전환한다는 주한 미군의 계획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전쟁 억제 측면에서 한시적으로 순환 배치하는 공군 전력과 달리 지상군 전력의 상징성을 외면하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2008년 한·미SCM에서 한국군의 취약 전력에 대해서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당분간 미군의 연계전력(bridge capability)을 주둔시키겠다고 발표한 것과도 상치된다. 또한 최초 대체 예정이었던 탱크 킬러인 A-10기와 달리 고속 전투기인 F-16은 적전차 격멸에 제한이 있다. 무엇보다 아파치 헬기 해외 전환 계획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전에 한국이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경영 가톨릭대 교수·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