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공룡에 대한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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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재작년초 새로 문을 연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의'공룡 전시실'에는 연일 수천명의 관중이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고 있다.공룡에 대한 그같은 관심이 새삼스럽다 할 것은 없지만 이 전시실에는 베일에 싸여있던 공룡의 새로운 모습과 흔적들이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먹이를 씹는'로봇 공룡'은 애교로 봐넘길 수 있겠지만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티라노사우르스 렉스'의 모습을 올려다보면 아무리 담대한 관객이라도 식은 땀을 흘리게 마련이다.

미국의 자연사박물관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공룡 박물관의 인기는 한결같이 폭발적이다.몽골에 있는 울란바토르 자연사박물관은 영화'쥬라기 공원'의 주인공격인'벨로시랍터'와'프로토세라톱스'가 혈투를 벌이다 화석이 됐다는'싸우는 공룡'으로 유명하고,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자연과학박물관은 남미에서 발견된 최초의 공룡뼈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영국의 자연사박물관이나 중국의 척추고생물.고인류학연구소의 공룡들도 관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인간의 공룡에 대한 관심을 갈수록 자극하는 것은 공룡연구에 일생을 바치고 있는 이른바'과학탐정'들이다.이들이 새로운 사실을 수없이 밝혀냈지만 아직도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가령 공룡의 멸종에 관한 '과학탐정'들의 시나리오는 2백가지가 훨씬 넘지만 그중 어느 것이 사실에 가까운지는 아무도 자신있게 장담하지 못한다.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의 추적이 아무리 끈질기다 해도 공룡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 가운데 상당부분은 영원히 무덤 속에서 잠들 것이라는 점이다.

신비의 베일을 벗기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 것이 영화예술이다.과학에 대한 상상력의 도전이지만 영상으로 재현된 공룡의 모습에 세계의 모든 영화팬들이 찬탄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면 무시해버릴 수만은 없는 영향력이다.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이'쥬라기 공원'의 속편으로 만든'잃어버린 세계-쥬라기 공원'이 지난달 미국에서 개봉돼 9천2백만달러를 벌어들인뒤 14일부터 우리나라 전국 55개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된다고 한다.과연 영화적 상상력이 공룡에 대한 미진한 호기심을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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