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선진국 무역장벽 알고보니 더 높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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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난수비(亂收費).탄파(탄派).공안세.굴뚝세.오물세.수리건설비.공공시설 설치비…. 힘없는 백성들을 쥐어짜던 조선시대 말기 관아의 세금 명세가 아니다.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지방정부에 물어야 하는,법에도 없는 준조세다.최근 중국 중앙정부가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지방정부의 주된 재정수입원이 되고 있는 이같은 준조세는 더러 배(세금)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많아 우리 기업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할 정도다.

뿐만 아니다.로만손 시계.피어리스 화장품.정관장(正官庄)홍삼.프로스펙스 운동화.비비안 스타킹등 한국의 유명한 브랜드를 도용한 저질 상품들이 중국현지에서 과거에 돌아다녔거나 아직도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중국 사법당국은 시늉만 할 뿐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처럼 우리 상품의 현지 진출을 막고 있는 무역.투자장벽은 선진국이라해서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알아주는 수출상품인 컬러TV의 경우 반덤핑 명령으로 91년 이후 미국에 직접 수출 실적이 전혀 없다.현재는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마저도 덤핑조사를 받고 있다.컬러TV는 95년 우리 업계가 6년 연속 0.5%미만의 미소마진 판정을 받았음을 들어 반덤핑 명령 철회를 요청했고 최근 임창열(林昌烈) 통상산업부장관의 방미때도 거듭 거론했으나 미국측은 아직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뿐이다.

일본은 95년 WTO협정이 발효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견직물 수입규제의 철폐실천방안을 제시하지 않은채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으며,한국산 김.돈육.김치.가공식품등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통상산업부는 4일 세계 53개국에서 불공정하고 시장폐쇄적인 무역.투자장벽 2백20건을 발굴,정리해 발표했다.조사대상 53개국은 우리나라 무역액중 95%,해외직접투자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발표된 사례들은 상품 수방안을 제시하지 않은채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으며,한국산 김.돈육.김치.가공식품등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통상산업부는 4일 세계 53개국에서 불공정하고 시장폐쇄적인 무역.투자장벽 2백20건을 발굴,정리해 발표했다.조사대상 53개국은 우리나라 무역액중 95%,해외직접투자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발표된 사례들은 상품 수출입과 투자에 따르는 관세.통관.검사.세제등의 직접적 장벽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 보호.비자발급.사회보장제도.운전면허발급등 간접적 장벽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이 가장 많은 33건의 장벽을 갖고 있으며 그다음 중국(29건),호주(12건),러시아(7건),미국(7건)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통상산업부는 앞으로 이 자료를 인터넷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홈페이지에 영문.국문 두가지로 깔아 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해당국가와의 양자간 협상때 이들 장벽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협상이 잘 안되면 WTO에 제소하는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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