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자녀교육 성패는 시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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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강신미씨의 효과적인 시테크 교육으로 아들 현도영군은 사교육 없이 명문대에 합격했다. [전민규 기자]

‘워킹맘의 자녀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 이런 고정관념은 깨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 워킹맘(직장에 다니면서 자녀를 키우는 여성) 16년차 강신미(48)씨다. 그의 둘째 아들 현도영(19·한성과학고 2)군은 200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KAIST와 POSTECH에 동시 합격해 조기졸업을 앞두고 있다. 군복무 중인 큰아들 현성진(22·단국대 화학공학 2)씨도 대학에 수시 합격했다. 게다가 강씨는 워킹맘들이 ‘믿고 의지한다’는 사교육의 힘도 빌리지 않았다. 철저한 시(時)테크 교육이 있어 가능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출퇴근 전후 시간을 10~30분 단위로 계획을 짜 실천하면 전업주부 부럽지 않은 넉넉한 시간 동안 자녀 교육을 할 수 있어요.”

‘초등’ 때 습관을 잡아라 많은 워킹맘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집안일과 직장일을 병행하면서 자녀를 ‘제대로’ 키우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론 생각처럼 쉽지 않다. 전업주부에 비해 시간과 정보·체력에서 밀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씨가 제안한 것은 철저한 ‘시간 관리’다. “자녀가 초등학생 때까지는 엄마가 시간관리를 해줘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잡아줘야 한다”는 게 강씨의 얘기다. 자기 주도 학습 습관만 생기면 그 이후부터는 엄마의 도움 없이도 알아서 할 수 있다고 한다.

출근 전 ‘준비물 상자’활용 워킹맘의 아침은 바쁘다. 남편 출근 준비시키랴, 아이들 과제물 챙기랴 전쟁을 방불케 한다. 강씨는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6시30분에 집을 나선다. 여유시간이 1시간 남짓해 빠듯할 것 같지만 아니다. 새벽 공부를 하는 현군의 공부를 꼼꼼히 봐 줄 정도다. 현군은 6세 무렵부터 5시30분에 일어나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 엄마 옆에서 형의 수학 문제집을 풀곤 했다. 강씨는 “워킹맘들은 출근 전 1시간 만이라도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하거나 대화를 하라”며 “어려서부터 규칙적인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권했다.

오전 6시 아침 식사를 하면서 강씨는 아이들이 그날 해야할 일들을 정해줬다. 책 읽기, 수학 문제집 풀기, 영어 단어 외우기, 일일 한자 학습지 등을 하도록 했다. 분량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만큼만 하도록 자율에 맡겼다.

출근 전 1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는 전날에 다음날 계획을 짜두라고 귀띔했다. 화이트보드에 남편과 아이들이 다음날 아침 해야 할 일을 꼼꼼히 적었다. 준비물, 간식은 물론 불필요하다 싶은 것도 자세히 적었다. 아침에는 체크만 하는 정도였다.

강씨는 “현관 앞에 준비물 상자를 만들어 두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일기예보를 보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으면 얼른 우산을 이 상자에 넣는다. 아이들의 준비물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5분 투자’가 평생 간다 직장에 도착하면 집안일은 모두 잊는다. 아이들을 향한 ‘레이더’가 켜지는 시간은 오후 2시30분 무렵.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집으로 전화를 해 무사히 왔는지 안부를 묻는다.

강씨는 “엄마가 떨어져 있지만 너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 아이에게 전화로 알림장을 읽어보게 한 뒤, 숙제가 있으면 방법을 알려주고 구입해야 할 준비물도 따로 메모한다.

틈틈이 문자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이 시험 기간에 엄마의 문자를 받으면 집중이 더 잘 된다고 해서 시험 기간 중에는 출근하기 전 문자를 보낸다. 강씨는 “5분 투자로 엄마는 직장에서 근무를 편하게 할 수 있고, 아이들은 엄마가 퇴근해서 올 때까지 학습에 집중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강씨는 아이가 혼자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집 근처 단골서점이나 도서관 등을 정해두면 좋다고 권했다.

퇴근 후 ‘10~30분 단위 계획표’를 짜라 5시에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씨는 스케줄을 짰다. 집에서 할 일을 10~30분 단위로 메모를 한다. 집에 들어가기 전 강씨는 전화로 받아 적은 아이들의 준비물을 구입한다. 집에 갔다 다시 나와야 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8시쯤 공부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매일 ‘엄마에게 이야기 해주기’를 즐겼다. 그날 읽었던 책을 엄마에게 얘기해 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얘기하게끔 했다. 중·고등학생이 돼서는 엄마가 질문자의 역할을 맡았다. 아이들은 그날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가져와 엄마에게 질문을 해달라고 했다. 강씨는 “아이들이 입으로 공부한 내용을 말하다 보니 이해가 빠르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밤 10시에는 무조건 잠자리에 든다. 강씨는 어려서부터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게 했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시험 기간에 일찍 자라는 엄마는 대한민국에 엄마밖에 없을 거야”라며 아이들이 불평할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규칙적인 습관을 갖게 하는 데는 워킹맘이 더 유리한 것 같아요. 매일 같은 시간에 출퇴근하고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니까요.”

강씨는 “엄마가 옆에서 일일이 챙겨줄 수 없다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아이의 독립심을 길러줘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박정현 기자,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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