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한방] 천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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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요람을 흔드는 손'을 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천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은 인공호흡기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발작적인 기침과 쌕쌕거리는 천명은 죽음의 신호음처럼 들린다.

이렇게 호흡기의 고통을 호소하는 천식환자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낯설지 않다. 미세먼지 증가와 흡연인구의 저연령화.집진드기 등 실내환경의 악화가 주원인이다.

같은 환경에 노출돼도 사람에 따라 증상은 크게 엇갈린다. 한의학에서 보면 태음인은 알레르기 체질을 타고 난 사람들이다. 본원에서 천식환자 287명을 대상으로 체질을 분석한 결과 태음인이 70. 6%로 단연 많았다. 소양인은 19. 3%, 소음인은 10. 1%였다. 태음인은 주로 간대폐소(肝大肺小)한 체질로 기침 때문에 고생하고, 소양인은 상초열로 호흡곤란이 많았다. 이에 반해 소음인은 냉한 체질로 인한 가래 발생을 호소했다.

태음인은 상체가 발달한 대신 하체가 약하며 목이 굵고 짧다. 또 복부비만이 많고 심장이 나쁘며 혈압이 높은 타입이다. 이들은 대사활동이 활발해 땀을 잘 흘리지만 몸의 수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폐.기관지 등 호흡기에 수독(水毒)이 쌓인다. 천식이나 비염은 모두 수독과 관련이 있다. '천식은 호흡기의 비염'으로 부른다. 천식의 가래는 비염에서 콧물에 해당되며, 기침은 재채기와 일맥상통하고, 호흡곤란은 코막힘으로 나타난다.

태음인의 천식은 수독을 빼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시키는데 이때 쓰는 것이 마황.오미자.감초가 든 소청룡탕(小靑龍湯)이며, 여기에 은행이나 금은화 등을 환자의 체질에 맞게 가미해 효과를 높인다.

최근 한의학 논문집에는 이 처방이 70%까지 천식 치료율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마황은 가래를 삭이고 기관지 확장을 도와주는 에페드린 성분이 많아 현대의학에서도 치료에 많이 응용된다.

천식의 원인이 수독에서 오는 만큼 태음인은 대사활동을 돕는 운동과 사우나 등에서 땀을 적절히 빼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영지.더덕.도라지.배꿀 찜은 천식환자의 기관지를 보강하는 효과가 있다. 은행을 하루 6~9개 정도를 구워 먹는 것도 좋다. 단 어린이는 하루 6개를 넘지 않도록 한다.

회피요법도 필요하다. 천식 유발물질인 우유.달걀.콩 등과 인스턴트 식품을 삼가고, 집안을 자주 물청소 해 먼지를 제거한다. 특히 애완동물과 카펫은 금물이다.

녹용이나 보증익기탕 등의 보약은 면역력과 저항력을 길러준다. 천식은 인내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치료해야 그 뿌리를 뽑을 수 있다.

김남선 영동한의원장 (www.ezno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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