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 안팎에서 개각 소외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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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이날 아침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례회동까지 했다. 그런 만큼 소외감이 더 큰 듯했다. 회동 때 박 대표는 이 대통령과 독대해 당내 인사 발탁을 건의했다. 하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박 대표는 “이번 개각은 경제팀을 개편하는 것이라 (의원 입각은) 대폭 개각 때 논의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반응이었다”며 “룸(room·여지)이 없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右)와 송광호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얘기를 하고 있다. 회의에서 홍 원내대표는 개각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안성식 기자]


이에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분위기도 썰렁했다. 박 대표는 청와대 회동에서 개각 명단을 듣지 못한 채 돌아왔다. 그래서 회의를 하던 중 정정길 대통령실장으로부터 전화로 명단을 통보받아야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인선 과정은 둘째 치고, 인선이 결정되면 당 대표나 인사청문회를 이끌어야 할 원내대표에겐 미리 통보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국정원장·경찰청장 인선 결과를 연락받지 못하고 있다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안경률 사무총장에게도 “개각 같은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당과 청와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화를 냈다.

그는 나중에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인사 발표를 한 뒤 개각 내용을 담은 대변인 브리핑을 달랑 팩스 한 장으로 보낸 게 전부였다”며 “인사청문회나 야당과의 협의는 청와대 정무팀이 직접 알아서 하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개각이 발표된 날 한나라당 내부는 이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개각 과정에 당이 철저히 무시당한 데 대한 불만들이었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야당 시절 노무현 정권이 경제를 망쳤다고 비판했는데 그 정권의 대표적 경제관료들은 요직에 재기용되는 데 반해 정권 교체에 앞장선 의원들에겐 아무것도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당과 정부의 소통이 중요한데 이처럼 당의 요구를 철저히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가올 2월 입법 전쟁을 앞두고 당청 관계의 악화를 걱정하는 소리도 분출했다. 이재오 전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지난 정기국회를 거치면서 당과 정부의 소통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장관들의 정무 감각이 부족해 국회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개각 결과를 놓고 당에서 우려와 실망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하·선승혜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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