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티끌만한 반성도 없다며 규탄 - 김영삼 대통령 담화 與野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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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야권은“이제는 하야 정국”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담화를 한마디로'몰염치한 적반하장'으로 규정했다.

“야당까지 끌어들인 물귀신식 책임론”등으로 흥분하던 분위기는 '중대 결단'이란 대목에서 절정에 달했다.“티끌만한 반성도 없다”며 엄청난 적개심을 토해냈다.

“민심에 대한 완전 오판”“국민에 대한 협박장”“5공 당시 4.13호헌조치의 모작(模作)”등 거친 표현을 동원해 규탄하며 즉각 초강경 대응을 공식 선언했다.

…국민회의는 아침 지도위회의에서 金대통령을 청문회에 세우는 국정조사권의 발동을 공식 당론으로 정했다.

회의 직후 정동영(鄭東泳)대변인 성명을 통해“金대통령의 국정수행이 더이상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 사실상'하야 요구'쪽으로 방향을 잡았음을 비췄다.

회의에선“석달 안에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총리를 대행으로 한 선거관리내각을 구성케 해야한다”“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박일룡(朴一龍)안기부1차장.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강운태(姜雲太)내무장관도 함께 사퇴시켜야 한다”등의 구체적 퇴진일정까지 제기됐다.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은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어 문구내용까지 열거하며 강경한 톤의 성명을 내도록 지시. 오후에는 강인섭(姜仁燮)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자민련 창당 2주년(31일)을 축하하기 위한 그의 당사방문 일정을 취소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대통령의 담화발표 내용과 상황인식이 야권의 입장과 상당히 다르다”고 극도의 껄끄러움을 피력. 소장파 원외위원장들의 모임인 '젊은 개척자'그룹 일동은 이날 “'김영삼정권 퇴진운동'을 강력 전개해나가야 한다”는 건의서를 金총장에게 전달했다.

김종필(金鍾泌)총재의 삼성항공 방문등에 수행한 이동복(李東馥)비서실장은“불을 끄기는커녕 더 질러 버렸다”며“이제 갈때까지 가는 일만 남았다”고 해'정권퇴진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밝혔다.

…양당은 金대통령의'중대 결심'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국민회의 정동영대변인은“읽고 또 읽고 뒤집어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뭔가 음모의 복선이 깔려있다”고 조심. 다른 관계자는“비상계엄이라도 선포할 모양”이라고 했고 김대중(金大中)총재의 한 측근은“YS가 스스로 하야정국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그는“스스로 하야정국을 주도함으로써 3金 퇴진을 노리는 최후의 카드일수도 있다”고 해석. 자민련에서는“내각제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도 대두.이날 TK의원들의 오찬회동에서는“'중대결심'은 내각제 하겠다는 얘기일 것”(朴浚圭최고고문)“내각제를 받겠다는 것을 돌려 얘기한 것”(朴九溢의원)등의 성급한 관측이 잇따랐다. 김석현.사천=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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