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흐름읽기>정부.지자체, 강남에 '고향장터'개설 헛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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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서울 강남 노른자위 땅에 임대료만도 32억원이나 하는 건평 5백20평짜리 매장.임대료를 은행 금리로만 따져도 하루 1백만원이 훨씬 넘는 이 대형매장의 하루 평균매출액은 불과 1백만원.임대료에다 25명의 인건비.관리비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 하루 매상이 2천만~3천만원은 돼야 꾸려나갈 수 있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을 감안하면 장사는 완전히'빵점'인 셈이다.

올 2월말 지하철 2호선 서초역 대로변에서 고추장.된장등 전통가공식품을 전문으로 파는 매장인'고향장터'가 그곳.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10억원씩을 지원,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가 만든 점포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질만한 가능성도 높지 않다.이곳은 상권으로 치면 허허벌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주택가나 아파트단지 주변도 아니고,대낮에도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라 이런 식의 매장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얘기다.영업시간도 오전10시부터 오후7시까지니 24시간 영업하는 다른 곳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리 없다.

이런 식으로 가면 몇년전 농협이 정부 권유로 잠실 뉴코아백화점 맞은편에 만들었다가 돈만 까먹고 그만둔'농산품판매장'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결국 국민의 세금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金慶培)회장은“전통식품 보급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현장실태를 이렇게 모르고 수십억원이 드는 사업을 벌이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혀를 찼다.

이런 식으로 정부의 책상머리 발상과 일부 단체의 과욕 때문에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예가 숱하다.시.도 지정 한우판매전문점도 마찬가지다.정부는 수입쇠고기에 대응,한우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축산발전기금을 통해 지난 93년부터 축협에는 점포당 5억~8억원,개인에게는 1억~2억원씩 모두 1천3백억원을 지원해 전국에 5백여개를 세웠다.

[ 36면. 이런 식으로 정부의 책상머리 발상과 일부 단체의 과욕 때문에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예가 숱하다. 시.도 지정 한우판매전문점도 마찬가지다.정부는 수입쇠고기에 대응,한우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축산발전기금을 통해 지난 93년부터 축협에는 점포당 5억~8억원,개인에게는 1억~2억원씩 모두 1천3백억원을 지원해 전국에 5백여개를 세웠다.

그러나 질좋은 한우고기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정부의 사후관리도 미흡해 지금은 대부분 과자.화장지.음료.야채.술까지 판매하는 슈퍼 성격의 점포로 바뀌고 말았다.

지방 대도시에서 한우전문판매점을 운영하는 金모씨는“매출의 절반이상을 생필품으로 채우면서 임대료 물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그나마 설립 취지대로 한우취급을 고집하던 축협매장은 6개가 문을 닫았고 개인매장도 절반이상이 사업에서 손을 뗀 상태라는 것. 농협이 팔당지역에서 계약재배한 유기농산물의 판로확보를 위해 서울시가 추진중인'유기농산물 판매장'도 벌써부터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와 해당 구청이 매장당 3억원씩을 지원,양천.강남.은평.관악.용산에 5개의 매장이 이미 만들어졌고,연말까지 10개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점포도 대부분 도심이나 구청 주변에 위치하고 있어 유기농산물 판매장으로는 전혀 맞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실제로 1백평안팎의 매장에서 하루 매출이 20만~30만원이 고작이라 관리비 대기도 힘겨운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점포만 열면 장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안이한 발상 때문에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이종태.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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