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불공정행위 自淨선언 왜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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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자동차공업협회가 최근 차량판매나 납품가인하 강요등과 같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스스로 삼가겠다며 자정(自淨)의 모습을 보인 것은 이대론 안되겠다는 여론과 당국의 강한 공정거래 의지 때문으로 풀이된다.그동안 부품업계는 완성차업체가 자기 회사와만 거래하도록 하거나 완성차 구매를 강요당해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조차 제대로 못했다.지금같은 종속적 관계아래서는 자칫하면 납품길마저 끊길 우려가 있기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공정위가 지난해말부터 올 3월말까지 실시한 자동차산업 실태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주로 완성차업체들에 의해▶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한 부품단가 소급인하(부품조달단계)▶타사 차량 판매제한및 판매량 할당(판매단계)▶타사차량 정비금지(보수단계)등 불공정관행이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우월적 지위에 있는 완성차업체들의 이같은 거래상 횡포를 없애지 않고서는 부품사의 대형화나 경쟁력 강화가 요원하다는 인식이 정부는 물론 업계에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해말 현재 자산 8백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이 전체 자동차 부품업체(1천3백83개)의 96.6%나 될 정도로 부품업계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완성차업체들은 지난해 중반이후 내수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공공연히 자기회사 임직원들은 물론 하청업체에 판매량을 할당해왔다.

공정위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지난해 11월 고질화된 자동차산업의 독과점 구조를 뿌리뽑겠다고 발표했으며,자동차공업협회는 최근'공정거래 자율준수협약'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협회는 공정위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때문인지 공정거래 결의문까지 만들어 공정위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던 것. 이렇게 보면 자동차산업에 당국의 메스가 가해지기 전에 완성차업계가 자정하는게 낫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듯싶다.

문제는 업계의 실천의지다.

완성차업체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그룹내 같은 계열사나 자사 임직원,협력업체등에 드러나진 않지만 또다른 방법으로 판매강요를 계속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단이 사실상 없다.

자동차공업협회는 자체적으로'자율협약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겠다고 하지만 지금같은'우월(완성차.회사)-종속(부품업체.임직원)체제'아래서는 실효성이 의문인 것이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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