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독감 예방 주사 맞으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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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15면

겨울철 불청객 인플루엔자가 올겨울 유난히 극성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2월 중순만 해도 병·의원 방문 환자 1000명당 3.6명이던 인플루엔자 환자가 매주 8.4명→15.39명→17.63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의 환자 수는 지난해는 물론 2000년 이후 가장 많다(그래픽 참조). 의학계에선 병·의원 방문 환자 1000명당 2.6명 이상이면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본다.

공기 감염을 통한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겨울에 인플루엔자가 특히 문제되는 이유는 증상이 심각한 데다 노약자가 감염되면 치명적인 상태까지 진행하기 때문이다. ‘유행성 독감’으로도 불리고 초기 증세가 비슷하기 때문에 흔히 심한 감기를 인플루엔자로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인 바이러스나 감염성·치명도에서 감기와 차이가 난다.

고열과 근육통이 특징
일주일 전쯤 목이 아프면서 고열과 온몸의 근육이 쑤시는 증상에 시달렸던 P씨(43·여). ‘감기 한번 지독하네’라며 약국에서 종합감기약만 사 복용했다. 하지만 2~3일이 지나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기침만 더 심해졌다. 도저히 일상적인 일을 못할 상태라는 판단이 선 P씨는 ‘혹시 큰 병은 아닐까’란 생각에 병원을 방문했다. 진단은 급성 인플루엔자 감염. 담당 의사는 “열이 높고 근육통이 생기던 날 바로 왔으면 빠르게 회복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는 증상이 나타난 지 ‘48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합병증과 투병 일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에 일단 감염되면 갑작스레 고열이 나면서 근육통과 두통이 심하다. 이후 하루, 이틀 지나면서 기침·코막힘·목 아픔 등 호흡기 증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나마 건강한 청·장년은 말 그대로 독한 감기·몸살 증세로 일주일 정도 고생하다가 대부분 회복된다. 하지만 면역 기능이 약한 고위험군은 심각한 폐렴 등 합병증을 초래해 사망하기도 한다.

심장병·폐질환 등이 있는 환자가 인플루엔자를 앓게 되면 지병 자체가 악화되는 것도 문제다. 실제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만 되면 심장병 환자 사망률이 증가한다.

한 철에 여러 번 유행하기도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예방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원에 따라 A·B·C형으로 나뉘며 A형은 또다시 H3N2·H1N1·H2N2 등으로 나뉜다. 이중 호흡기 증상을 심하게 일으키는 것은 A형과 B형. 현재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의 H1N1 타입이다.

문제는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가 대개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5개월이나 된다는 점이다. 이번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꽃피는 봄이 될 때까지 A형의 H3N2나 B형 등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 유행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대개 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는 6~8주다.

따라서 노약자 등 고위험군은 지금이라도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접종 후 약효는 2주가 지난 뒤부터 나타나 한 달째부터 정점을 이룬 상태로 4~5개월 지속된다. 백신을 맞더라도 효과가 100%인 것은 아니다. 통상 건강한 청년 70∼80% , 노약자는 30∼40% 정도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접종을 한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더라도 약하게 앓는다. 실제 백신 접종을 하면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율은 50~60%, 사망률은 8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씻기 등 건강 수칙 지켜야
백신을 맞아도 인플루엔자에 걸릴 수 있는 만큼 다른 예방 수칙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공기를 타고 전파하기 때문에 환자와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던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봄 햇살이 따가워질 때까진,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급적 가지 않는 게 좋다.

또 차고 건조한 바람은 호흡기 점막을 약화시켜 바이러스가 쉽게 번창할 수 있으므로 항상 기관지의 촉촉함을 유지해야 한다. 집안에서는 공기가 건조하지 않도록 빨래를 널거나 가습기를 틀어 놓고 성인의 경우 하루 8컵(2L) 정도의 수분을 섭취하도록 한다.

외부 공기엔 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있다는 가정 아래 외출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양치질과 손 씻기를 온 가족이 생활화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환종 교수,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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