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1t으로 기름 1천ℓ추출 가능한가 - 기술.사업성 싸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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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폐플라스틱 1에서 최고 1천ℓ의 기름을 뽑아낼 수 있다는 보도(본지 5월7일자 25면)가 나가자 실제 이같은 일이 가능한지 여부와 사업성을 묻는 독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갈래.“기름 1천ℓ라면 1에 맞먹는 양인데 이런 기술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있는 반면“획기적인 기술”이라며 상용화 시기와 사업성에 적극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에대해 이번 기술개발을 주도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선도원(宣道元)박사는“기술내용 자체를 의심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그는 이같은 의심이 우선 단위환산 착오에서 오는 것같다는 견해를 밝혔다.기름의 경우 비중이 대략 0.8로 1천ℓ면 무게 8백㎏ 남짓인데 이를'1천ℓ=무게 1'이라는 식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그는 또 상당수의 플라스틱이 거의 1백% 탄화수소라는 점을 상기시켰다.이는 바꿔 말해 수천~수만개의 탄소고리를 적당히 끊어만 준다면 바로 기름으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탄화수소중 탄소고리가 적은 것은 기체,수십개 정도면 액체(기름),수천.수만개쯤이면 고체(플라스틱)형태를 띤다는 설명이다.

에너지연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장치로 폐플라스틱 1백㎏에서 85ℓ 가량의 기름을 얻었다고 밝혔다.계산결과 이 장치는 다소 개선할 경우 장차 폐플라스틱 당 기름을 최고 1천ℓ까지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또 실제로 일본.독일의 경우 이와 비슷한 수준의 폐플라스틱 분해장치가 가동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宣박사는 그러나 이 장치의 상용화 시기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공정을 상용화하기 위해선 값싼 촉매의 개발이 우선돼야 하는데 이 대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당장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일본등의 경우 이미 이런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한 상태다.일본의 후지리사이클링사는 지난해말 추출된 기름 에너지의 20% 가량만으로 열분해장치를 운전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상용화의 또다른 전제는 플라스틱(스티로폴.폴리에틸렌등)이 제대로 분리 수거돼야 하며 추출유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규정이 고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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