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영화에 식사·선물까지 … 데이트, 1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흔들리는 버스의 맨 뒷자리에서 어깨에 팔을 두르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커플을 본 적이 있는지. 공공 장소에서 무슨 짓이냐고 눈살 찌푸리지 마시기를. 십중팔구 그들은 데이트 비용을 아끼려 카페 대신 버스를 찾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일 테니까.

둘이 영화 한편만 봐도 1만4000원인 요즘, 하루 1만원으로 행복 만점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이 있다. 다음은 짠돌이 인터넷 카페 운영자 이대표씨가 말하는 1만원 데이트 비법.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라고 한다.

첫째, 버스만큼 좋은 데이트 장소는 없다. 계속 바뀌는 창밖 풍경을 보면 이야깃거리도 풍부해지게 마련. 거기에 가끔 덜컹거리며 몸이 스칠 때의 느낌이란. 두 명의 차비 1300원(교통카드 사용 시)이면 종점까지 1시간30분~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오전에 만나 버스에서 내렸다면 출출할 때가 됐겠다. 가까운 대형 할인점을 찾아 시식 코너를 활용한다. 한 점씩 서로 입에 넣어주며 "맛이 어때?"라고 물으면, 시식 코너 담당자도 신혼부부로 알고 미소지을 것이다. 모자란 양은 편의점 삼각 김밥으로 때운다.

전통 데이트 메뉴인 영화도 뺄 수는 없을 터. 비디오방을 이용하라. 평일 낮엔 둘이서 3000원이다. 알다시피 비디오방에는 둘만의 공간이 마련돼 분위기도 영화관보다 훨씬 오붓하다. 스낵은 500원짜리 새우깡 한 봉지면 충분하다.

아직도 3000원 이상 남았을 것이다. 둘 다 노래를 좋아한다면 다음 코스로 한 곡에 200원 하는, 오락실 내 노래방은 어떨까. 세곡 정도씩 부른 뒤 남은 3000원을 들고 시장에 간다. 서로를 위해 1000원 남짓한 선물, 그러니까 휴대전화 줄 같은 것을 고른다. 어떤 경우라도 100원짜리 동전 하나는 남긴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 집이 먼 사람이 100원짜리 동전을 갖고 간다. 상대방이 집에 들어갔을 때에 맞춰 공중전화로 안부를 묻기 위한 것이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