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강원 겨울 가뭄에 목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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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봉양읍 공전1리 건너담마을 간이상수도 물탱크에 제천소방서 직원들이 급수를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3시쯤 충북 제천시 봉양읍 공전1리 건너담마을에서 만난 이숙자(67·여) 씨는 “해마다 이맘때면 서울 사는 아들네 식구들이 우리 집에 왔는데 올해는 물 사정 때문에 올해는 못 온다” 며 마을 어귀에 서서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가 긴 가뭄으로 식수조차 부족해 서울에 사는 아들에게 올해는 오지 말라고 했기 때뭄이다.이웃집 송경순(47) 씨는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는 언제 하나. 빨리 소방서에 연락해서 물을 달라고 하든지..”라고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송씨의 집 욕실에는 1주일째 밀린 빨랫감 수십벌이 수북이 싸여 냄새를 풍기고 있었지만 먹을 물도 부족한 상황에서 마땅한 대책도 없었다. 건너담마을 18가구 50여명의 주민들은 송씨와 비슷한 푸념을 늘어놓으며 1주일에 2차례 물을 싣고 오는 소방차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마을 뒷산에 설치된 간이상수도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물이 집집마다 설치된 1∼2t짜리 물탱크를 절반가량 채워야 그나마 빨래라도 할 수 있는 실정이다.

빨래 못 하는 것쯤이야 큰 일도 아니라는 안병동(52) 씨는 “동네 몇몇 집은 설거지도 하고 청소까지 한 물을 수세식 화장실에서 재활용하다보니 용변 후 물을 내릴 때마다 집안에 악취가 풍기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해발 300m 고랭지 산골마을인 덕산면 삼전마을의 물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33가구가 모여 콩·깨· 배추·무 등을 재배하고 있는 이 마을은 계속된 가뭄으로 계곡물 조차 말라붙으면서 대부분의 밭작물이 타 죽은 지 오래다. 이장 이명희(61) 씨는 “지난가을 들깨와 콩은 꽃도 피지 않은데다 아예 열매를 맺지 않아 수확도 못했고 배추마저 타들어가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고 말했다.

겨울 가뭄으로 충청·강원지역 일부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7일 제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8∼12월 강수량이 지난 2007년 같은 기간 내린 775mm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1mm에 불과해 가뭄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시 관계자는 “가뭄이 계속되면 봄 작물에도 피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비상대책을 수립하려고 현재 읍면별로 실태를 조사하고 있고 양수장비와 관정 등 수요량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남부지역도 식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수자원공사 태백권관리단은 태백, 삼척 도계, 정선 고한·사북·남면, 영월 상동지역에 공급하던 용수 공급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7일 밝혔다. 물 공급량이 줄면 해당 지역의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다.

태백권관리단은 12일부터 계약량의 30%, 15일부터는 50%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의 용수 계약량은 하루 4만6000 t이다. 용수 공급량을 줄일 경우 고지대 아파트는 단수가 불가피하다. 태백권관리단은 단수에 따른 주민불편을 덜기 위해 먹는 샘물 2만개(500㎖)를 확보하고, 15 t 물차 2대를 배치했다.

태백권관리단은 이들 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는 광동댐의 저수량이 가뭄으로 160만 t에 불과해 계약대로 용수를 공급할 경우 한 달이면 댐 바닥이 드러나 공급량을 줄이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후 광동댐 인근의 강수량은 108.3㎜로 지난해의 27% 수준이다.

이들 지역 이외에도 영월, 평창, 홍천, 인제, 횡성, 원주 등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7개 시·군 13개 마을이 가뭄에 따른 용수 부족으로 각 소방서가 비상급수를 하고 있다.

특히 태백시 장성동 지역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현재까지 100 t의 식수를 공급했다.

이찬호·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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